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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새벽지기1 2022. 4. 2. 12:08

죄송합니다

 

땅에 떨어져 썩을 생각도 없는 밀알을 호주머니 속에 넣고
백배의 열매만 꿈꾸다 남의 발이나 밟았습니다
 
서른세 살 젊은 주님보다 곱절로 나이 먹는 동안
얼굴만 두꺼워졌습니다
 
소돔의 거리에서 따귀를 맞아도 다른 뺨을 돌려댈 용기는커녕
붉게 난 손자국만 억울하다 여겼습니다
 
나의 떡은 항상 너의 떡보다 작은데
나의 상처는 왜 너보다 크냐고 투정했습니다
 
선한 이웃을 속여 빼앗은 기름으로 내 등잔을 채움으로
아름다운 저녁을 부끄럽게 했습니다
 
목마른 자의 잔을 쏟아버려도 아프지 않았고
주린 자 앞에서 기름진 것으로 나만의 성찬盛饌을 즐겼습니다
 
나를 위해서는 많이 울면서
남을 위해 조금밖에 울지 않는 인색함과
더불어 이 모든 것이 죄송하고 또 죄송합니다, 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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