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저는 며칠 전 장날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큰 비닐 자루에 가득 들어 있는 붉은 고추 무더기를 보았습니다.
붉다 못해 검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한해 농사를 지은 농부들이 들고 온 여러 가지 가을 농산물 중에
그것이 확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고추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저 자리에 놓이게 되었는지를 생각해보면 아득하기만 합니다.
고추 씨앗이 비닐하우스 안의 모종밭에 떨어져서 모종으로 자랐습니다.
그 모종은 다시 농부의 손을 거쳐 제 자리에 심겨지고,
여러 달 동안 물과 햇볕과 탄소의 공급을 받아
크게 자라 꽃을 피우고 고추를 맺었습니다.
지구에서 이렇게 놀라운 일이 일어나다니...
주님,
제가 고추의 모양과 색깔에만 마음을 빼앗긴 게 아닙니다.
고추 냄새가 없었다만 평소처럼 별 생각 없이 지나쳤을지도 모릅니다.
저의 콧속으로 스며든 고추 냄새는
제가 지구에 여전히 살아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었습니다.
한편으로 매콤했지만 동시에 달콤했습니다.
그 어떤 향수보다 더 매혹적이었습니다.
여전히 고추 냄새에 민감한 후각을 저에게 남겨주신
하나님께 진정으로 감사드립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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