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사귐의 소리

에베소서에 대하여 / 김영봉목사

새벽지기1 2024. 7. 30. 06:08

에베소는 소아시아(지금의 튀르키에)의 서쪽 끝에 위치한 도시로서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교역항으로 바울 시대에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매우 번성한 도시였습니다. 

이 편지는 에베소를 중심으로 한 여러 지역 교회에서 돌려가며 읽도록 쓰여졌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1장 1절에 “에베소에 사는”이라는 어구가 원본에 없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새번역 성경은 이 어구를 꺽음쇠 괄호 안에 넣어 놓어 놓았습니다. 바울이 아닌 다른 누가 이 어구를 첨가했을지 모른다는 뜻입니다. 

 

두번째 이유는 이 편지가 어느 한 교회의 구체적인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바울은 어느 교회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직접 가서 해결하거나 편지를 써 보냈습니다. 어느 교회에 편지를 써 보낼 때에는 항상 구체적인 이유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에베소서에서는 그런 이유가 발견되지 않습니다. 이 편지에서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과 그리스도인의 삶에 대해 차분히 설명합니다. 편지 형식을 빌어 설교한 것처럼 보입니다. 

 

에베소서는 바울의 편지들 가운데 후기 편지에 속합니다. 교회에서는 전통적으로 에베소서, 빌립보서, 골로새서, 빌레몬서를 ‘옥중서신’이라고 부릅니다. 모두 바울이 감옥에 갇혀 있는 동안에 쓰여진 편지들입니다. 에베소서에서 사도는 “이방 사람 여러분을 위하여 그리스도 [예수]의 일로 갇힌 몸이 된 나”(3:1)라고 자신의 상황을 암시합니다. 그는 말년에 로마에서 가택 연금 상태로 살았는데(주후 62-64년), 그 시기에 이 편지를 쓴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바울 사도의 편지들은 당시 그리스-로마식의 편지 형식을 따르면서도 자기 나름의 개성을 드러냅니다. 여러 편지에서 그는, 몸글을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앞에서는 복음의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뒤에서는 복음을 따라 사는 구체적인 삶에 대해 설명합니다. 앞 부분을 ‘직설법 부분’이라고 부르고, 뒷 부분을 ‘명령법 부분’이라고 부릅니다. 복음의 원리를 설명할 때는 주로 직설법의 문장을 사용하고, 그리스도인의 삶의 태도에 대해 설명할 때는 주로 명령법 문장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에베소서의 경우, 명령형 문장이 40개 나오는데, 그 중 39개의 명령문이 4장 이후에 나옵니다. 전체적인 구조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장 1-2절:                       발신자, 수신자, 인사

1장 3-14절:                     감사와 기도

    1장 15절-3장 21절:          복음의 원리

4장 1절-6장 20절:            복음의 윤리

6장 21-24절:                   작별 인사와 축도

 

이 편지는 바울 사도가 말년에 소아시아에 사는 이방인 신도들을 생각하면서 그리스도 신앙에 대한 원리와 윤리에 대해 유언을 남기듯 쓴 편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분량이 많이 않음에도 불구하고 기독교 역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편지로 여겨져 왔습니다. 사도의 나이 때문이었는지, 에베소서의 헬라어 문장들은 만연체로 유명합니다. 1장 3절부터 14절까지가 원문에서는 한 문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번역하는 사람들이 고역을 겪습니다. 글을 써 본 사람들은 다들 경험하는 일인데, 표현하려는 대상이 심오할수록 말이 많아지고 길어집니다. 복음의 원리는 인간의 언어와 논리로 담아내기에 너무나 크고 깊고 높기 때문에 때로는 횡설수설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에베소서는 어렵고, 그래서 더욱 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