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땅밟기 / 정용섭목사

새벽지기1 2024. 7. 24. 05:59

    얼마 전 특정 선교단체에 속한 젊은이들이 서울의 봉은사라는 절에 들어가서 소위 ‘땅밟기’ 행사를 가졌다 해서 교계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한동안 시끄러웠다는 소식을 그대도 알고 있을 거요. 어처구니없는 일이오. 나는 이런 일들이 극소수의 열혈청년들에 의해서 우연하게 저질러진 일로 알고 있었소. 실상은 그게 아니라 하오. 오히려 대다수 기독 청년들이 그런 일에 직간접으로 참여하거나 그런 영향을 받았다는 거요. 이슬람권 지역까지 가서 벌리는 땅밟기 퍼포먼스도 있다 하오. 한국교회의 신앙이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보다 훨씬 문제가 많다는 걸 요즘 다시 절감하고 있소. 하기야 믿음으로 십자군 전쟁을 부추기거나 마녀사냥에 앞장 선 기독교 역사가 있으니, 지금과 같은 공격적이고 패권적인 신앙형태가 크게 이상한 것도 아니오. 사람의 판단력이라는 게 얼마나 약한지 모르오. 어떤 집단에 세뇌되면 퇴행도 퇴행으로 보이지 않는 법이오. 사이비 이단들의 행태에 잘 나타는 현상들이오.

 

     이왕 땅밟기 문제가 나왔으니 그대에게 두 개의 땅밟기 이야기를 하겠소. 하나는 황토길 걷기요. 서울샘터교회의 한 여자 청년이 그 행사에 참가했다가 선물로 받은 소주 두 병을 나에게 선물로 주었소. 스페인의 걷기 코스가 유명하오. 제주의 올레길 걷기도 점점 유명세를 타는 것 같소. 이런 땅밟기는 아무리 강조해도 과하지 않소. 나도 이제 나이가 조금 더 들면 테니스는 그만하고 걷기에 매진할까 하오.

 

     톨스토이의 동화집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는 “사람에겐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라는 이야기가 나온다오. 땅을 많이 갖고 싶어 하던 바흠은 악마의 유혹을 받아서 어느 마을로 이사하오. 거기서 그는 자기가 하루 동안 걸을 수 있는 지역을 모두 소유할 수 있는 기회를 얻소. 반드시 출발한 장소로 약속한 시간 안에 돌아와야만 했소. 바흠은 조금이라도 더 많은 땅을 차지하고 싶은 욕심으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결국 출발한 장소 바로 앞에서 피를 토하고 죽었소. 그가 차지할 수 있었던 땅은 자기가 묻힐 무덤이 되고 말았소.(2010년 11월8일, 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