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좀더 근본적인 질문을 해야겠소. 예배에서 설교가 반드시 필요한 거요? 물론 설교 없는 예배는 있을 수 없소. 설교의 비중이 큰 개신교회만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은 가톨릭교회의 미사에도 강론은 있소. 그러나 엄격하게 말해서 설교가 없어도 예배는 가능하오. 말씀이 선포되는 것이 반드시 설교만은 아니기 때문이오. 성서일과와 성만찬이 바로 말씀의 선포요. 설교는 성서일과의 성경본문을 해석하는 작업이오. 그 해석은 본문에 무조건 지배당하는 것도 아니지만 벗어나는 것도 아니오. 본문에 근거해서 새로운 영적 세계로 확장되어야 하오. 그것이 해석이오.
개신교회 목사들에게는 설교의 짐이 너무 무겁소. 그걸 줄여나가야 하오. 어떤 목사들은 설교하는 재미로 예배를 인도한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오. 청중들이 자기 설교에 은혜를 받는 걸 보고 즐겁다고 생각할 거요. 그런 현상이야 설교의 옳고 그름에 상관없이 청중들의 심리만 자극할 수 있으면 어디서나 일어나는 것이니, 진지하게 생각할 것도 없소. 정직한 목사라고 한다면 설교를 짐으로 생각할 거요. 그래야만 하오. 자기도 분명하게 알지 못하는 하나님의 말씀을 전한다는 것이 불안하지 않다면 그는 약장수이거나 사도 못지않은 영성의 대가일 거요.
어떻게 하면 설교의 짐을 덜 수가 있겠소? 일단 예배 안에서 설교의 비중을 줄일 필요가 있소. 나는 30분 설교를 하는데, 그 이상을 넘어가면 곤란하오. 일주일에 한 번, 많으면 두 번 정도의 설교만 하는 게 좋소. 어떤 목사들은 새벽기도회의 설교까지 포함해서 열 번 이상을 하기도 하오. 그렇게 하면 결국 상투적인 말을 할 수밖에 없소. 일주일에 한번 설교를 하는 것도 쉽지 않소. 누구나 창조적인 설교를 할 수 없는 법이오. 설교를 할 준비가 된 사람이 표준 설교안을 작성하고, 그걸 개교회에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오. 노회나 총회 차원에서 실시하는 게 가장 바람직할 거요. 그걸 시행하는 총회나 노회가 있긴 하지만, 개교회 목사들이 그걸 별로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소. 왜 그런지는 지금 여기서 말하지 않겠소. 다비아의 설교 공부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느 정도 역할을 하면 어떨까 기대하오. 오늘 그 첫 발을 디뎠소. (2010년 10월18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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