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삶에 밀착하기 / 정용섭목사

새벽지기1 2024. 7. 6. 06:26

     어제 그대에게 삶의 알맹이와 삶의 껍질을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소. 이런 말들이 실질적으로 들려야만 우리는 성서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오.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지 굳이 내가 설명해야겠소?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 거요. 그래도 간단히 설명하겠소. 우리의 영혼을 배부르게 하는 것은 삶의 알맹이이고, 헛배만 부르게 하는 것은 껍질이오. 이 말도 상투적인 것으로 듣지 마시오. 이 말을 설명하려면 ‘영혼’에 대한 설명이 먼저 있어야겠소. 신앙의 세계를, 또는 신앙적인 개념을 전한다는 게 이래서 힘든 거요. 그 개념을 전달하는 언어가 또 다시 개념적인 거래서 다음의 언어를 다시 설명해야 하고, 이런 방식으로 순환이 되고 있소. 삼위일체 하나님을 설명하려면 성령, 창조, 부활 등등을 먼저 설명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 또 세상, 생명 등을 설명해야 한다오. 피곤하고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런 작업을 꾸준히 따라가다 보면 언젠가는 그런 중간 설명이 없어도 이해하는 날이 올 거요. 영혼은 삶의 가장 깊은 차원을 가리키오. 가장 깊은 차원은 물론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경험되는 것이오.

 

     우리 영혼을 배부르게 하는 것들이 무엇이오? 예를 들겠소. 교회를 개척해서 크게 키운 목사가 있소. 목사라고 하면 누구나 원하는 일이오. 교회를 키웠다는 사실에서 목사의 영혼이 배부를 것 같소? 천만의 말씀이오. 큰 교회가 되면 될수록 그것과 비례해서 목사의 영혼은 병들어간다고 보면 맞소. 왜냐하면 영혼을 배부르게 하는 하나님의 말씀과 거리가 멀어지기 때문이오. 목사에게 할 일이 많으면 많을수록 하나님 말씀과는 멀어지기 마련이오. 이건 틀림없소. 그래서 자기 영혼의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목사라고 한다면 절대 대형교회의 목사가 되지 않소. 잠시 그럴 수도 있어도 계속해서 그런 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가 없소. 특히 한국교회 구조에서는 이런 현상이 더 심각하오.

 

     잘 들으시오. 우리 영혼을 완전히 배부르게 하는 것은 이 세상에는 없소. 그러니 그걸 찾을 생각을 마시오. 그 어떤 것도, 그 어떤 상태도 우리를 완벽하게 만족시키지 못하오. 쉽게 생각하시오. 집, 돈, 사람, 권력, 명예, 이 모든 것들은 쏜살같이 지나가오. 흐르는 물과 같소. 그런 것으로는 결코 만족할 수 없소. 만족할 수 없다면 영혼이 배부른 게 아니오. 영혼의 완전한 배부름은 저 세상에서나 가능하오. 그 세상을 영생이라고 하오. 이 세상은 별 것 아니고 저 세상만 참되다는 말이 아니오. 이 세상이 저 세상에서 완성된다는 뜻이오. 지금 우리는 이 세상에서 저 세상의 그림자를 붙들고 있소. 우리가 맛보는 것들은 그림자요. 그림자는 허상이라는 뜻이 아니라 실체와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오. 그림자를 잘 따라가면 실체를 만날 거요.

 

     이제 그대는 대답을 찾았을 거요. 이 세상의 삶에 좀더 밀착해서 살아보시오. 숨 쉬는 것부터 시작해서, 걷는 것, 먹고 마시고 배설하는 것, 사람을 만나는 것에 집중해보시오. 소유가 늘어나는 것은 대충해도 좋소. 그런 것은 삶의 껍질이오. 껍질도 없으면 안 되오. 껍질은 그냥 껍질 대접을 해주면 되오. 비록 그림자라 하더라도 삶에 밀착하면서 살다보면 실체에 훨씬 가까이 다가간다는 것을 느끼게 될 거요. 이런 삶의 과정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초석이라는 사실은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대가 잘 알고 있을 거요. 이것에 대한 설명은 자칫 설교가 될 것 같아, 그만 두겠소. (2010년 9월7일, 화, 시원한 바람, 이따금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