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장로가 처음에 천당에 온 날이었소. 천당 관리소에 갔는가 보오. 하늘나라 시민으로 살아가려면 등록을 해야만 했기 때문이었소. 이 세상에서 하던 주민등록과 비슷한 절차요. 기록 카드를 한참 들여다보던 박 장로는 이상하다는 듯이 머리를 좌우로 흔들다가 머뭇거리면서 사무를 보는 천사에게 물어봤소.
“장로 직책은 어디에 써야 하나요?”
다음은 천사의 대답이오.
“장로가 무언가요? 잘 모르겠는데요. 대충 이름만 적으세요.”
박 장로는 자기가 못 올 데를 왔나 하고 이상하게 생각했소. 아니 천당 관리 천사가 장로직을 모르다니, 기가 찰 노릇이었소. 뭔가 잘 모르는 처짜 천사인가 보다 생각한 박 장로는 그 자리에서 장로직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했소이다. 장로가 되기 위해서 십일조는 물론이고, 교회당 건축헌금을 과하다 싶을 정도로 했고, 일 년에 새벽기도회에 빠지는 날이 열손가락으로 헤아릴 정도라는 것, 등등을 말이오. 자기는 혼신의 힘을 다 해 그 일을 완수했노라고 말이오. 천당에서 큰 상급이 있을 거라는 말을 장로 장립식 때 감명 깊게 들었다는 말도 덧붙였소. 그런 말을 할 때 박 장로의 표정은 그야말로 흡족해 보였소.
“장로 하기가 얼마나 힘든 줄 알아요? 여기가 정말 천당이라면 분명히 어딘가 장로 교적 카드가 있을 테니, 잘 찾아보세요.”
“그런 거 여긴 없는데요.”
박 장로는 뭔가에 홀린 듯했다오. 그는 분명히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인 것처럼 한번 장로는 천당에서도 장로인줄 믿었는데, 그게 아니라니, 기가 찰 노릇이었던 거요. 믿거나 말거나, 박 장로는 지금도 천당에서 계속해서 장로 카드를 찾아 헤매고 있다 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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