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도가 무리에게 만족을 주고자 하여 바라바는 놓아 주고
예수는 채찍질하고 십자가에 못 박히게 넘겨 주니라.'(막15:15)
빌라도는 예수님을 십자가 못 박히게 넘겨주었습니다. “죄인을 십자가형에 처한다.”는 선고가 내려진 것입니다. 빌라도는 무슨 근거로 예수님에게 십자가형을 선고했을까요? 이건 정말 복잡한 물음입니다. 십자가형은 반역죄를 일으킨 죄인에게만 해당됩니다.
앞에서 본대로 빌라도는 가능한대로 예수님을 석방하려고 했습니다. 마태복음에 따르면 자기의 시도가 실패하자 빌라도는 무리 앞에서 손을 물로 씻으면서 이 사람의 피에 대해서 자기에게 책임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무리는 “그 피를 우리와 우리 자손에게 돌릴지어다.”(마 27:25)고 외쳤습니다. 복음서기자들이 아무리 호의적으로 묘사했다고 하더라도 그는 예수님의 십자가처형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아니 사도신경에서 거명되었듯이 결정적인 책임이 있습니다.
빌라도가 예수님에게 십자가형을 선고한 이유에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나는 빌라도가 예수 사건을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처리했다는 사실입니다. 메시아를 자처한 당시의 여러 사이비 종교지도자들 중의 하나로 생각했겠지요. 그래서 산헤드린과 민중들이 강력히 요구하는 대로 처리한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빌라도가 예수님의 갈릴리 운동에서 반로마적인 기운을 실제로 포착했을 가능성입니다. 총독의 최대 임무는 로마의 평화를 지켜내는 일입니다. 이것을 조금이라도 거부하는 세력이 있다면 요절을 내야 했습니다. 빌라도의 눈에 예수님이 그렇게 비쳤다면 십자가형은 어쩔 도리가 없는 일입니다.
어쨌든 빌라도는 자의든지 타의든지, 의식적이었든지 무의식적이었든지 엄청난 일을 저질렀습니다. 하나님의 아들, 인류의 구원자이신 예수님에게 가장 모욕적인 죽음이었던 십자가형을 선고했습니다. 거기서 인류 구원이 시작되었다니, 역사는 신비롭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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