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바라바 이야기(15)(막15:15)

새벽지기1 2024. 3. 21. 03:43

'빌라도가 무리에게 만족을 주고자 하여 바라바는 놓아 주고

예수는 채찍질하고 십자가에 못 박히게 넘겨 주니라.'(막15:15)

 

바라바와 예수의 운명이 극으로 갈렸습니다. 바라바는 자유의 몸이 되었고, 예수는 십자가 처형에 던져졌습니다. 지난 2천 년 동안 기독교인들은 바라바를 좀 못마땅하게 생각했습니다. 바라바만 아니라면 예수님이 유월절 사면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았을 테니까요.

 

바라바의 입장에서는 이런 생각이 억울할 겁니다. 바라바는 특별 사면을 위해서 예수와 적극적으로 경쟁한 게 아닙니다. 소설가의 상상력을 빌린다면 바라바를 주인공으로 장편 소설이 나올 수 있겠지요. 그에게도 우주의 무게에 해당되는 삶이 있습니다. 그의 가족이 그의 석방을 얼마나 간절히 바랐겠습니까. 그의 자식들이 있었다면 더 할 나위가 없습니다. 오늘 성서를 읽는 사람은 바라바에 대한 편견이나 더 나아가 분노를 없애야 합니다. 그는 당시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다행스럽게 죽음을 면하고 석방된 행운아일 뿐입니다.

 

복음서 기자도 바라바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습니다. 바라바의 발언을 하나도 전하지 않습니다. 그는 본문에서 그저 ‘행인 1’에 불과합니다. 그림자와 같습니다. 복음서 기자의 관심은 예수의 운명입니다. 바라바의 등장은 유월절 사면 기회마저 예수에게 비켜갔다는 사실을 말하려는 데에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십자가 처형이 인류 구원을 위한 하나님의 섭리였다는 사실이겠지요. 

 

역사는 이렇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도 그런 역사의 과정에서 나름의 자리를 차지하며 살아갑니다. 어떤 이는 빌라도처럼 살고, 어떤 이는 대제사장처럼 삽니다. 바라바 같은 운명을 가야 할 사람도 있겠지요. 역사는 이렇게 무작정 흘러만 가는 걸까요? 역사의 주인이 있습니다. 그는 역사의 미래에 이미 가 계십니다. 그 미래가 현재가 될 때 역사의 오해가, 그 신비가 풀리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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