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사귐의 소리

중심을 보는 눈 (막13:1-2)

새벽지기1 2024. 3. 6. 06:31

해설:

예수께서는 성전 뜰에서의 논쟁과 대화와 가르침을 마치고 날이 저물어 가자 “성전을 떠나”(1절) 가십니다. 그 이후로 예수님은 더 이상 성전에 가시지 않으십니다. 성경을 아는 사람들은 이 장면에서 에스겔이 본 환상을 기억할 것입니다(겔 10:18-19). 그는 환상 가운데 하나님의 영이 성전을 떠나는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얼마 후에 성전은 느부갓네살에 의해 파괴 당합니다. 마가는 이 구절을 쓸 때 오백 년 전에 일어났던 그 사건을 생각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예루살렘 성전을 버리셨던 것처럼 예수님도 그렇게 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성전 종교의 내부를 꿰뚫어 보시고 심판 당할 것을 생각하고 계셨는데, 제자들은 성전 건물의 웅장한 모습에 감탄하고 있었습니다. 헤롯 대왕은 이두매(에돔)이었음에도 로마 황제의 임명을 받아 유다의 왕이 되었습니다. 유대인들은 헤롯 대왕의 왕권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헤롯 대왕은 유대인들의 환심을 얻기 위해 주전 20년에 대대적인 토목공사를 시작하여 성전을 보수했습니다. 솔로몬 왕이 지은 성전은 느부갓네살에 의해 파괴되었고, 약 칠십 여 년 후에 바빌로니아로부터 귀환한 포로들에 의해 재건되었습니다. 그것을 ‘제 2 성전’이라고 부르는데, 당시의 경제적 형편 때문에 재건된 성전은 매우 허술하고 초라했습니다. 

 

원래 성전은 미식 축구 경기장의 절반 정도 크기였는데, 헤롯은 건물의 규모를 크게 늘리고 로마로부터 고급 대리석을 수입하여 웅장하고 화려하게 개축했습니다. 당시 기록에 의하면, 서편으로 해가 질 즈음이면 비스듬히 비친 태양빛으로 인해 성전 건물이 거대한 금덩어리처럼 보였다고 합니다. 날이 저물어 가는 즈음이었으니, 제자들이 그 모습에 사로잡혔던 것 같습니다. 그러자 예수께서는 그 성전이 돌 위에 돌 하나도 남지 않고 무너질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2절). 한껏 부풀어 있던 제자들은 예수님의 말씀에 머쓱해졌을 것입니다. 

 

묵상: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에 의해 제사장의 나라로 선택되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선택을 받았다는 사실은 세 가지를 통해 확증된다고 믿었습니다. 율법, 가나안 땅 그리고 성전이었습니다. 예수님 당시에 유대인들은 로마 제국에게 주권을 상실했습니다. 물리적으로는 가나안 땅에 살고 있었지만, 실질적으로는 그 땅을 잃어 버린 셈이었습니다. 이제 그들에게는 율법과 성전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다행히 로마 제국은 성전에 대한 자치권을 유대인들에게 인정해 주었고, 로마 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그들의 율법을 따라 살도록 허락해 주었습니다. 

 

예수님은 유대인들의 정체성을 떠받치고 있던 두 개의 기둥(율법과 성전)을 공격하셨습니다. 그분은 자신이 율법의 주인이라고 하시면서 율법을 대신할 새로운 계시의 말씀을 주십니다. 그분은 또한 성전 제사의 효력이 끝났다는 사실을 가르치셨고, 한술 더 떠서 성전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을 예언하셨습니다. 그것은 이스라엘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선택이 끝났다는 의미였습니다. 성전 권력자들로서는 참을 수 없는 망발이었습니다. 그들로서는 예수를 그대로 두고 볼 수가 없었습니다. 죽음의 그림자가 성큼 다가오는 순간입니다.

 

예수님의 마음에서 일어나고 있던 일에 대해 아무 관심 없이 성전의 위용에 압도되어 감탄을 마지 않던 제자들을 생각합니다. 믿는다는 말은 하나님의 눈으로 세상사와 인간사를 보는 것인데, 제자들은 여전히 인간적인 눈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제자들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현상에 붙들려 일희일비 하는 우리의 모습을 봅니다. 언제쯤이면 외적인 모습에 사로잡히지 않고 중심을 보고 살아가게 될지, 주님의 은총을 구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