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사귐의 소리

시편 13편: 하나님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을 때

새벽지기1 2021. 12. 16. 06:01

 

해설: 

이 시편도 역시 다윗이 오랜 고난 중에 올린 기도입니다. 다윗이 위대한 장군이요 영화스러운 왕이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그가 이토록 많은 탄원의 기도를 드렸다는 사실이 놀라워 보입니다. 

이 시편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1절부터 4절에서 다윗은 하나님께 속히 구원해 주시기를 간절히 호소합니다. 1절과 2절에서 “언제까지”라는 말을 네 번 반복함으로써 그 간절함을 표현합니다. 그는 지금 그를 해치려는 사람들로 인해 고통을 받고 괴로워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자신이 당하는 고난을 두고 그들이 고소해 하는 것으로 인해 심적 고통은 더욱 심합니다.

 

그로 인해 하나님께 구원을 간구해 왔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습니다. 그 무응답으로 인해 그는 점점 지쳐 갑니다(2절). 그는 지금 “죽음의 잠”(3절)에 빠져 들어가고 있습니다. 기력이 쇠진했다는 뜻일 수도 있고, 삶을 포기하고 싶은 지경에 있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만일 그런 일이 일어나면 그를 해치려는 사람들은 기고만장 하게 될 것입니다(4절). 그것은 하나님도 원치 않으시는 일입니다. 

 

이어서 다윗은 주님께 대한 믿음을 고백합니다(5-6절). 새번역은 “한결같은 사랑을 의지합니다”(5절)라고 번역했는데, 개역개정처럼 과거형으로 (“의지하였사오니”) 번역해야 옳습니다. 앞에서 그가 “언제까지입니까?”라는 말을 반복하며 기도한 것은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의심에서 나온 것 같지만 실은 하나님을 의지했기 때문에 나온 기도입니다. 그가 믿어 온 하나님은 그를 사랑으로 돌보신 분입니다. 그는 그 사랑을 의지해 왔습니다. 다윗은 자신이 믿어 온 그 사랑으로 인해 지금 처한 곤경으로부터 구원 받게 될 것을 확신합니다. 그 때가 되면 그의 마음에는 기쁨이 넘칠 것이며 그는 하나님의 “은덕”(6절, 개역개정)을 찬송할 것입니다.  

 

묵상:

우리는 육신과 물질의 한계 안에 갇혀 삽니다. 반면,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육신과 물질을 넘어선 차원에 계십니다. 그것을 우리는 ‘영’이라는 말로 표현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상황은 항상 하나님보다 가깝고 우리의 문제는 하나님보다 더 커 보입니다. 우리의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하나님의 구원을 믿고 기다리는 것은 불가능한 일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이 시편에서 다윗은 “언제까지입니까?”라는 말을 네 번이나 반복합니다. 상황은 점점 자신의 목을 조여 오는데 아무리 간구하고 호소해도 하나님은 묵묵부답이십니다. 자신의 상황을 모르실 리가 없는데 왜 이렇게 오래도록 침묵하시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다윗은 하나님께 호소하기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런 일은 과거에도 여러 번 경험했습니다. 하나님의 시간표와 자신의 시간표가 다르다는 사실, 자신이 원하는 방식과 하나님의 방식이 다르다는 사실을 다윗은 거듭 경험해 왔습니다.

 

기도 중에 다윗은 그 사실을 기억합니다. 그러자 하나님께서 이번에도 자신을 구원해 주시고 높여 주실 것이라는 믿음이 들었습니다. 상황에는 변화된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의 믿음이 회복되었고 그의 마음이 회복되었습니다. 그는 그 위기 상황에서 버틸 힘을 얻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바로잡힐 때 기뻐하고 찬송할 것을 생각하며 힘을 추스릅니다. 

기도는 이렇게 우리의 내면을 변화시키는 힘입니다. 하나님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을 때 그분을 신뢰할 믿음을 살려내는 것이 기도의 능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