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권성수목사

물갈이와 맘갈이

새벽지기1 2017. 12. 23. 07:15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오세훈 의원은 “한 발은 현실에 딛고 다른 발로 이상을 추구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오 의원은 이상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자신의 무모함 무력감 무감각함 무지함 편협함을 참회했다. 그는 ‘내 탓이오’ 정서가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참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의정을 제쳐놓은 채 정쟁을 일삼고, 남을 죽이고 자신만 살겠다고 몸부림치며 자신은 책임지지 않고 남들은 용퇴하라고 하는 ‘썩은’ 풍토에서 이토록 ‘맑은 물’이 아직도 남아 있나 싶을 정도로 충격적인 감동이다. 충격의 여파 또한 만만치 않다. 

물갈이를 보고 마음 한구석으로 흥분과 감격을 느끼면서도 다른 구석으로는 불안과 우려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만물보다 거짓 되고 심히 부패한 것이 인간의 마음(렘 17:9)이기 때문이다. 경험과 지혜는 무시하고 참신과 의욕만 내세우는 것이 어딘가 균형을 잃은 것같다.

존 퀸시 애덤스라는 존경스러운 정치가가 80세에 접어들 때에 젊은 의원이 자신을 조롱한다는 말을 들었다. 나이 때문에 조롱하는 젊은 의원에게 애덤스는 일침을 가했다. “그 젊은이에게 30세의 당나귀는 80세의 사람보다 더 늙었다고 말해 주십시오.” 30대의 ‘당나귀’같은 젊은 사람은 80세의 ‘사람’다운 노인보다 더 늙을 수 있다는 말이었다.

전국이 온통 물갈이로 소용돌이 치는 현실 속에서 물갈이하다가 ‘고기갈이’까지 될까 염려스럽다. 이번에 물러나는 오세훈 의원이 고백한 대로 정치 현실을 모르고 바꿔보겠다는 무모한 의욕이 몇년후에 또 다른 무모 무력 무감각 무지 편협의 ‘참회’를 낳는다면 우리나라는 어디로 가 있을 것인가. 대선 물갈이를 통해 지난 1년간 대혼란을 체험했으면서도 균형감각을 잃은 물갈이가 전국에 휘몰아치는 것이 마음 한편으로 불안스럽다. ‘물갈이’가 균형을 잡고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맘갈이’가 필요하다. 우리의 정치계에 공평과 정의가 하수같이 흐르도록 하기 위해서 물갈이와 함께 또는 더욱 시급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은 맘갈이이다. “너희 마음 가죽을 베고 나 여호와께 속하라”는 말씀(렘 4:4)에 따라 부디 이번의 물갈이가 맘갈이와 맞물려 우리의 정치 풍토가 근본적으로 쇄신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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