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北川의 물, 2월8일(금) / 정용섭 목사

새벽지기1 2025. 1. 19. 07:04

 

 

北川의 물

 

                                                  이대흠

 

가장 맑은 것이 모여 북천인 게 아니라

온갖 더러움까지 다 들어 북천은

때 묻지 않는다

 

북천에서는

할 일 없어진 물은 물끼리 놀다 가고

나무는 나무끼리

향기는 향기끼리 섞이며 깔깔거린다

 

발가벗은 꽃과 알몸인 나비와

아무데나 핀 나무와 풀과 짐승들이

먹고 놀고 싸는 일만 하다가

북천으로 흘러간다

 

별들도 제 궤도에서 마음껏 놀다가

우수수 떨어져내리고

어떤 별은 꽃으로 몸을 바꾸고

또 어떤 별은 사랑의 입술이 된다

 

꽃의 말과 새의 말과 사람의 말이

구분되지 않는 북천이라서

노래하는 새의 입에서 별빛이 쏟아지고

꽃향기는 말 떼가 되어 내달리기도 한다

 

사람도 사랑도 새도 나비도 죽음도

꽃이나 별 떼도 하나로 흐르는 북천

 

북천에 발 담그면 발은 나비가 되고

얼굴을 씻으면 환하게 지워진다

 

제 그림자를 몸 안에 거둔 이들이

북천이 되어 흘러가고

 

(<창작과 비평> 2012년 겨울호에서)

 

 

저 이대흠 시인이 말하는,

바라보고 있는, 희망하고 있는,

그리워하며 살아내고 있는 북천은

저 먼 하늘나라가 아니라

바로 이 세상나라이군요.

이 세상나라가 곧 저 하늘나라이기도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