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川의 물
이대흠
가장 맑은 것이 모여 북천인 게 아니라
온갖 더러움까지 다 들어 북천은
때 묻지 않는다
북천에서는
할 일 없어진 물은 물끼리 놀다 가고
나무는 나무끼리
향기는 향기끼리 섞이며 깔깔거린다
발가벗은 꽃과 알몸인 나비와
아무데나 핀 나무와 풀과 짐승들이
먹고 놀고 싸는 일만 하다가
북천으로 흘러간다
별들도 제 궤도에서 마음껏 놀다가
우수수 떨어져내리고
어떤 별은 꽃으로 몸을 바꾸고
또 어떤 별은 사랑의 입술이 된다
꽃의 말과 새의 말과 사람의 말이
구분되지 않는 북천이라서
노래하는 새의 입에서 별빛이 쏟아지고
꽃향기는 말 떼가 되어 내달리기도 한다
사람도 사랑도 새도 나비도 죽음도
꽃이나 별 떼도 하나로 흐르는 북천
북천에 발 담그면 발은 나비가 되고
얼굴을 씻으면 환하게 지워진다
제 그림자를 몸 안에 거둔 이들이
북천이 되어 흘러가고
(<창작과 비평> 2012년 겨울호에서)
저 이대흠 시인이 말하는,
바라보고 있는, 희망하고 있는,
그리워하며 살아내고 있는 북천은
저 먼 하늘나라가 아니라
바로 이 세상나라이군요.
이 세상나라가 곧 저 하늘나라이기도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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