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앞 시편에서 다윗은 악한 사람들에게 무고하게 모함 당하고 있었는데, 6편에서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구원을 호소한다. 지금 그는 “대적들”(7절), “악한 일을 하는 자들”(8절), “원수들”(10절)에 의해 고난 당하고 있다. 그는 하나님께서 그의 잘못에 대해 징계하기 위해 자신을 원수들의 손에 붙이셨다고 생각한다.
다윗은 주님께, 자신에 대한 분노를 풀어 달라고 청한다(1절). 그는 환난에 지쳐 기력이 쇠하고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2절). 그는 더 이상 견딜 힘이 없으니 속히 구원해 달라고 간구한다. 그가 의지할 것은 “주님의 자비로우심”(4절, 히브리어 ‘헤세드’) 뿐이다. 구원해 주시면 그는 다시 주님을 찬양하고 감사할 수 있다(5절). 지금 상태가 지속된다면 그의 생명은 꺼져가는 촛불처럼 스러져 버릴 것이다(6-7절).
7절과 8절 사이에는 분명한 단절이 보인다. 다윗의 태도가 갑자기 돌변하기 때문이다. 그는 주님께서 자신의 간구를 들어 주셨다면서 원수들에게 물러가라고 호령한다(8-9절). 그 호령에 원수들이 두려워 떨면서 도망치는 모습을, 다윗이 보고 있다(10절).
묵상:
시편의 기도들은 앉은 자리에서 한번에 써 내려간 기도시가 아닙니다. 현실 상황에서 하나님께 드린 기도들이 전해지면서 응축된 것입니다. 다윗은 지금 처한 상황에서 수 많은 말로 기도했을 것입니다. 그 많은 기도말들이 요약되고 응축되어 우리에게 전해졌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기도자가 처한 상황을 상상하고 그 상황에서 기도자가 겪었을 감정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한 글자, 한 문장에 담긴 기도자의 깊고 진한 감정이 느껴지도록 잠잠히, 오래 묵상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시편의 기도문들에서는 자주 정서적 단절이 발견됩니다. 앞에서는 절망적으로 기도하던 사람이 뒤에서는 전혀 다른 태도로 기도합니다. 그러한 정서적 단절은 두 가지 이유로 생겨납니다. 첫째, ‘간구의 기도’와 응답에 대한 ‘감사의 기도’가 하나의 시편에 묶여 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둘째, 간구의 기도를 드린 다음, 아직 응답을 받지는 않았지만 응답에 대한 확신에 압도되어 절망감을 벗어난 까닭일 수 있습니다. 예언자들이 미래의 일이 이미 일어난 듯이 말하는 것처럼, 하나님의 응답을 확신한 기도자도 절망감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바울 사도는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모든 일을 오직 기도와 간구로 하고, 여러분이 바라는 것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나님께 아뢰십시오. 그리하면 사람의 헤아림을 뛰어 넘는 하나님의 평화가 여러분의 마음과 생각을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지켜 줄 것입니다”(빌 4:6-7)라고 했습니다.
기도를 통해 가장 먼저 얻는 응답은 마음의 평안과 기쁨입니다. 간절히 기도했는데도 여전히 불안하고 두렵다면 하나님께 자신의 문제를 온전히 맡겨 드리지 못했다는 뜻이고 하나님께서 자신의 기도를 들으셨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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