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이사야는 세상 모든 민족과 백성 그리고 모든 살아 있는 것들에게 예언을 전한다(1절). 먼저 그는 모든 민족을 심판하시는 하나님의 계획을 전한 다음(2-4절), 그 심판이 에돔에게 이를 것이라고 예언한다(5절).
에돔은 요단 강 동편, 모압 남쪽에 위치해 있던 민족이다. 야곱의 형 에서의 자손에게서 시작된 민족으로서, 주전 7세기부터 유다의 남부 지역을 침략하고 약탈했다. 에돔이라는 말이 후에 로마를 상징하는 말로 사용될 정도로 그들은 잔인성과 야만성으로 악명 높았다. 에돔에 대한 심판을 묘사하면서 이사야는 끔찍한 표현들을 사용하는데(6-7절), 에돔이 행한 대로 받을 것이라는 뜻이다.
하나님의 심판이 시작되면 유다는 구원을 얻을 것이나(8절) 에돔 땅은 황폐하여 질 것이다(9-10절). 사람들이 살던 곳은 온갖 야생 짐승들이 서식처가 될 것이다(11-15절). 주님께서 노아의 방주에 모든 짐승들을 짝 지어 불러 들이신 것처럼 에돔 땅에 그렇게 하실 것이다(16-17절).
묵상:
하나님의 심판에 대한 예언들 중에는 현대인의 감수성에 심하게 거슬리는 것들이 많습니다. 34장에 나오는 에돔에 대한 심판 예언이 그 중 하나입니다. 이 예언에 나온 표현들을 문자적으로 읽으면 하나님이 이성을 잃고 분통을 터뜨리시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이 표현들은 에돔의 야만성과 폭력에 대한 은밀한 비판입니다. 그들이 다른 민족들, 특히 유다 백성에게 행한 야만과 폭력을 그대로 당하게 될 것이라는 뜻입니다.
마찬가지로 “이 때가 바로, 주님께서 복수하시는 날이니”(8절)라는 말을 문자적으로 받아들이면 하나님은 분별없는 권력자처럼 보입니다. ‘복수’란 미성숙한 인간들이나 하는 행동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예수께서는 “너희 원수를 사랑하고, 너희를 박해하는 사람을 위하여 기도하여라”(마 5:44)고 말씀 하셨고, 바울 사도는 “아무에게도 악을 악으로 갚지 말고, 모든 사람이 선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려고 애쓰십시오”(롬 12:17)라고 권면 했습니다. 이렇듯, 우리에게 복수를 단념하라고 말씀하시는 하나님께서는 오히려 복수를 하신다니, 모순처럼 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서 사용된 히브리어 ‘나캄’은 감정적인 대응으로서의 복수가 아니라 악행에 대한 마땅한 보응을 의미합니다. 인간의 복수는 정의롭지 못하지만, 하나님의 복수는 정의롭습니다. 그것은 감정의 폭발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냉철한 판단과 분별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전지하신 분이 사랑과 정의의 기준에 따라 판단하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바울 사도는 “여러분은 스스로 원수를 갚지 말고, 그 일은 하나님의 진노하심에 맡기십시오”(롬 12:19)라고 권했던 것입니다.
하나님의 심판은 언제나 옳습니다. 에돔에 대한 심판도 옳고, 유다에 대한 심판도 옳습니다. 다만, 하나님의 백성에게는 심판이 끝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백성에게는 심판보다 사랑이 더 큽니다. 그래서 때로 심판을 당해도 감사하는 것입니다.
'좋은 말씀 > -사귐의 소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평화의 도시 (이사야서 33장) / 김영봉목사 (0) | 2024.11.06 |
---|---|
공의로 다스릴 왕 (이사야서 32장) / 김영봉목사 (6) | 2024.11.05 |
하나님의 섭리와 주권 (이사야서 31장) / 김영봉목사 (0) | 2024.11.03 |
위기 앞에서 (이사야서 30장) / 김영봉목사 (0) | 2024.11.02 |
마음과 입술과 손발 (이사야서 29장) / 김영봉목사 (1) | 2024.1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