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사귐의 소리

기도로 산다는 것 (막14:43-50) / 김영봉목사

새벽지기1 2024. 3. 21. 03:34

해설:

예수께서 십자가에서의 죽음에 준비되었을 때, 기다렸다는 듯이 가룟 유다가 성전 경비병들을 데리고 나타납니다(43절). 마가는 유다를 소개하면서 굳이 “열두 제자 가운데 하나인 유다”라고 씁니다. 스승을 배신한 사람이 다름 아닌 제자 중 하나라는 사실을 통해 이 사태의 비극성을 강조하려는 의도입니다. 그래서 다음 문장에서 마가는 유다를 “예수를 넘겨줄 자”(44절)라고 표현합니다. 여기서 다시 ‘파라디도미’(넘겨주다)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유다는 예수님을 권력자들에게 넘겨 주었습니다. 하지만 겟세마네 동산에서의 오랜 기도를 통해 예수님은 당신을 하나님의 뜻에 넘겨 주셨습니다.  

 

어둠 속에서 유다가 나서더니 예수님께 다가가 입을 맞춥니다(45절). 볼에 대고 입을 맞추는 것은 중동 지방의 오랜 예법입니다. 유다는 사랑과 존경의 입맞춤을 배신의 행위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는 성전 경비병들에게, 자신이 입맞추는 사람을 체포하라고 미리 알려 놓았습니다. 그러자 경비병들이 일제히 달려 들어 예수님을 결박합니다(46절). 

 

그러자 제자들 중 하나가 칼을 꺼내어 휘둘렀고, 그 칼에 한 경비병의 귀가 잘려 나갑니다(47절). 요한복음에 보면 칼을 휘두른 사람은 베드로이고, 귀가 잘려 나간 사람은 말고입니다(요 18:10). 예수님은 자신에 대한 성경의 예언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씀하시면서 순순히 결박을 당하십니다(48-49절). 그분은 이사야 53장과 스가랴 13장의 예언을 염두에 두셨을 것입니다. 그러는 사이에 제자들은 모두 사라져 버립니다. 불과 몇 시간 전에 목숨을 걸고 장담하던 이들이 종적을 감춘 것입니다(50절).

 

묵상:

어떤 사람이 나에게 도움을 청한다면 그 사람이 나를 그만큼 신뢰하고 의지한다는 뜻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도움을 요청 받을 때 기쁨을 느낍니다. 그 사람이 나를 그만큼 의지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기도 하고, 나에게 그 사람을 도울 능력이 있다는 사실 때문이기도 합니다. 

 

피조물인 우리는 창조주요 구원자이신 하나님을 믿고 의지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기도로써 하나님 앞에 나아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구합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구하지 않아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주시는 분이지만, 우리가 그분께 나아가 기도로써 구하는 것을 기뻐하십니다. 기도로써 구하는 행동은 그분에 대한 우리의 믿음과 사랑의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하나님께 구하는 것이 기도의 전부는 아닙니다. 기도에는 그것보다 더 중요한 차원이 있습니다.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고 그분의 뜻에 우리의 마음을 조율시키는 것이 그것입니다. 이런 기도는, 우리가 원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에 맞지 않으면 내려 놓게 만듭니다. 우리가 대면해야 하는 일에 대해 우리의 마음과 태도를 준비시켜 줍니다. 이렇듯 기도는 영이신 하나님과 우리의 영이 사귐을 통해 연합하는 과정입니다. 

 

가룟 유다가 성전 경비병들을 이끌고 들이닥쳤을 때, 기도로써 준비되었던 예수님은 저항 없이 당신을 내어 주십니다. 그분은 거침없이 십자가를 향해 걸어 나가십니다. 반면, 깨어있지 못하고 잠에 빠져 있던 제자들은 혼비백산 하여 모두 도망 쳤습니다. 기도로써 준비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가 극명하게 대조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