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사귐의 소리

어떤 젊은이의 정체 (막14: 51-52) / 김영봉목사

새벽지기1 2024. 3. 22. 05:44

해설:

경비병들이 예수님을 데리고 대제사장관저로 가고 있는데 어떤 청년이 어둠 속에서 따라 왔습니다. 경비병들이 그것을 눈치 채고 그를 잡으려고 했는데, 잡힌 옷을 벗어 두고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립니다. 그 청년은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여 맨 몸에 홑이불을 두르고 있었던 것입니다(51-52절). 

 

학자들은 이 청년이 누구이며 왜 이 이야기가 여기에 기록되어 있는지를 두고 논의해 왔습니다. 이 두 절은 다른 복음서에 없는 내용입니다. 또한 이 이야기는 예수님에 대해 어떤 의미도 가지지 않습니다. 복음서 저자들은 예수님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 중에 가장 중요한 것들만을 선택하여 제한된 지면에 기록해야 했습니다. 따라서 이런 의미 없는 이야기를 이 대목에서 써 넣을 아무런 이유도 찾을 수 없습니다. 

 

그런 까닭에 일부 학자들은 마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살짝 집어 넣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히치코크 감독이 자신이 연출한 영화 마다에 은밀한 방법으로 자신을 등장시키곤 했던 것처럼, 마가는 자신이 기록한 이야기에 자신을 등장시켰다는 뜻입니다. 

 

묵상:

이 청년이 저자 마가였다는 확증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럴 것이라는 심증을 부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른 증거가 없는 한, 저자가 예수님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중에 자신의 이야기를 써 넣었다고 보아도 무리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마가는 왜 이 대목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써 넣은 것일까요?

 

마가는 이 기록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일어난 구원의 이야기에 자신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고백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그는 전지적 관찰자의 시점에서 예수님의 이야기를 써 왔습니다. 예수님의 세계 바깥에서 들여다 보는 사람처럼 이야기를 하다가 이 지점에서 그는 그 세계 안으로 뛰어 들어온 것입니다. 

 

이 글을 쓸 때의 마가의 심정을 상상해 봅니다. 그는 이 사건이 있은 지 25년에서 30년 정도의 시간이 지난 다음에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 그는 바울과 바나바 그리고 베드로와 함께 여러 도시를 다니며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해 왔습니다. 그는 로마의 박해로 인해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후대 사람들을 위해 예수님의 이야기를 적습니다. 베드로에게서 전해 받은 자료들을 기초로 하여 예수님의 이야기를 적으면서 그는 마지막 부분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적어 넣습니다. 

 

이 이야기를 쓸 때 그는 마음으로 “나도 이 일의 증인 중 한 사람입니다”라고 독자에게 속삭이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는 또한 “나도 이렇게 비겁한 사람이었습니다. 나도 실패자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분이 나를 이렇게 변화시켜 주셨습니다”라고 고백하고 있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