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원 주인이 어떻게 하겠느냐 와서 그 농부들을 진멸하고 포도원을 다른 사람들에게 주리라.'(막12:9)
바로 앞 구절까지의 문장은 과거형이지만 이제 9절은 미래형로 바뀝니다. 포도원의 주인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라는 예고입니다. 포악하고 악독한 농부들을 없애버리고 포도원을 다른 사람에게 줄 것이라고 합니다.
농부들의 악은 과거, 또는 현재인 반면에 주인의 징벌은 미래입니다. 농부들은 자신들의 음모가 실현되었다고 생각하면서 희희낙락이었겠지요. 미래에 벌어질 일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이게 오히려 다행일까요, 불행일까요? 미래에 벌어질 일을 조금이라도 눈치를 챘다면 그들은 간이 떨어지는 경험을 하겠지요.
하나님은 ‘미래’의 주인이십니다. 사람은 ‘현재’의 주인입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현재의 주인 행세를 할 뿐입니다. 하나님이 현재를 간섭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자신들의 음모가 성취되기를 열렬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어리석은가요? 우리는 이걸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 말을 오해하면 곤란합니다. 지금의 삶은 허무하고 무의미하니까 죽어서 천당 가는 것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라는 말씀이 아닙니다. 이런 생각은 현재의 삶에 대한 욕망을 종교적으로 투사시킨 것에 불과합니다.
하나님이 미래의 주인이라는 말은 미래에 우리의 생명이 완성된다는 뜻입니다. 그 미래에 주님이 심판자로 오십니다. 심판은 생명이 아닌 것을 골라내는 사건입니다. 진리가 아닌 것을, 가라지를 골라내는 사건입니다.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분은 오직 하나님입니다. 판넨베르크의 표현을 빌리면 “모든 것을 규정하는 현실성”(die alles bestimmende Wirklichkeit)입니다. 그 하나님만이 잠정적인 오늘의 모든 것들을 온전한 리얼리티로 변화시키십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의 미래는 오직 그분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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