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0월 20일
‘슛 골인!’ 주인공은 무릎을 꿇고 감사의 기도로 세레머니를 합니다. 자랑스럽고 행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동료선수들과 기뻐 뜁니다. 득점의 주인공은 국가대표 선수가 아닙니다. 축구경기도 국제경기가 아닌 동네 조기축구의 친선경기였습니다. 그런데 관중도 상급도 없는 별 볼일 없는 운동장에서 주인공은 마치 월드컵경기에서 골인을 넣은 것처럼 기뻐하고 열광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사람은 누구이며 왜 이렇게 열광하고 있을까요? 주인공은 목사입니다. 개척교회, 성도 수가 아주 작은 교회의 담임목사입니다. 필자는 주인공을 보면서 문득 목회자를 기쁘게 하는 것들에 대해서 생각해보았습니다. ‘도대체 목회자들은 무슨 재미로 살며 또한 어떤 일로 기뻐할까?’ 여기에 대한 모범 답안은, 목회자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는 재미로 살고, 그리고 추구하던 하나님 나라의 열매를 거둘 때 기뻐할 것입니다. 성도의 수가 늘어나거나 혹은 양육을 통하여 성도의 구원이 자라날 때 목회자들은 기뻐합니다.
그러나 이것 외에도 목회자를 기쁘게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의 나라와 의가 아니라 먹는 것과 입는 것 등 ‘이 모든 것들(마 6:33)’을 통한 기쁨이 또한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목회자의 일을 하나님 나라와 세상 나라라는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좁은 소견인 줄로 압니다. 그러나 세상적인 견해, 즉 목회를 성직이라는 개념으로 볼 때 목회자(성직자)에게도 세상적인 기쁨이 있다는 말입니다.
가령 일상에서 목회자를 기쁘게 하는 것들을 찾아본다면 이렇습니다. 축구장에서 골인, 테니스에서 서브 에이스, 보울링의 스트라이크, 정상 등반 등 운동이나 노는 것을 통해 목회자들은 기쁨을 얻습니다. 또한 귀한 음식 대접을 받았을 때,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을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먹을 때, 계절과 유행에 어울리는 옷을 입고 그리고 가족과 쇼핑할 때, 땀을 흘리고 난 후 찜질방에서 온천욕을 할 때, 보고 싶었던 옛 동창생을 만났을 때, 자녀가 학교에서 상을 받아오거나 좋은 대학에 들어갔을 때, 선물꾸러미를 들고 고향의 부모님을 찾아뵐 때, 사모가 약간 톡톡 튀는 의상을 입었을 때, 혹은 자유로운 헤어스타일을 하고 즐거워할 때 그 아내의 미소를 보면서 목회자는 기뻐합니다. 성도들이 설교에 은혜 받았다고 할 때(상습범은 제외), 이사 가서도 교회를 옮기지 않고 나오는 일들이 또한 목회자를 기쁘게 하는 것들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것들이 목회자에게 기쁨이 될까요? 주의 나라만을 위해 일해야하는 전문인이 어떻게 세상 사람들이 기뻐하는 것들을 가지고 기뻐할 수 있단 말입니까? 목회자가 타락해서, 믿음이 부족해서, 세상을 너무 사랑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대부분의 목회자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목회자가 세상을 통하여 얻는 즐거움을 필자는 하나님의 작은 선물이라 생각합니다.
목회자들에게는 수많은 상처들이 있습니다. 특히 주의 나라의 일을 구하지만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아픔이 너무 큽니다. 교회의 기둥 같은 집사님이 갑자기 이사갔을 때, 믿음직한 성도로부터 배신당했을 때, 성도 수는 자꾸 줄고 그나마 몇 안 되는 교인은 속을 썩이고 도무지 하나님 나라의 일들은 되는 것이 없어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목회를 하지 않겠다’고 하나님을 협박(?)하기도 하고 ‘이번 일을 해결해주셔야 목회를 하겠다’고 흥정(?) 하기도 합니다. 그의 의를 구하다 실패하여 오는 좌절감이 종종 있다는 말입니다. 이때 하나님께서 위로의 방편으로 세상적인 작은 성공들을 허락하신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특히 지도자들에게는 건전한 자아상이 필요합니다. 고난 가운데 파괴되고 부서진 자아상을 치료받지 못한 목회자는 균형과 인격 있는 목회를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마음의 상처와 구겨진 자아상을 치료하며 위로하는 차원에서 목회자에게 세상의 일들을 통해 작은 기쁨을 준다고 여겨집니다. 물론 자기연민에 빠지거나 세상의 것들만 밝히는 중독자가 되서는 안될 것입니다. 목회자에게 가장 큰 기쁨은 세상이 줄 수 없는 하나님의 평강입니다. 그러나 때로는 힘들고 지칠 때 ‘부스러기라도 좋사오니’ 하는 마음으로 하나님의 작은 선물을 기대하며 버티고 사는 목회자들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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