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은 개혁 천지인 것같다. 개혁이란 말을 쓰면 참신하고 개혁이란 말을 안 쓰면 고리타분한 것같다. 개혁을 내세우면 이기고 개혁을 무시하면 지는 것같다. 워낙 잘못된 것이 많으니 ‘못 살겠다,바꿔보자’는 심리가 전반적으로 퍼져 있기 때문이다. 반면 개혁이란 말조차 역겨워하는 분위기도 있는 것같다. 개혁이란 천막 밑에 가장 반개혁적인 구습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개혁도 따지고 보면 이념적 개혁과 도덕적 개혁으로 나눌 수 있다. 이념적 개혁이란 그것을 시도하는 본인들은 가장 싫어하는 말이겠지만 사실은 어떤 특정 이념을 지향하는 개혁이다. 그들은 주로 반대파를 향해 레드 콤플렉스니 매카시즘이니 수구반동이니 하는 극단적인 비판을 한다. 도덕적 개혁은 주로 돈줄과 관련해서 썩은 것을 도려내자는 개혁이다. 매스컴을 도배하다시피 하고 있는 검은 돈,돈세탁,정치인 구속,특검,친인척 비리 등이 다 부패와 연루된 것이다. 이렇게 옳지 않고 깨끗하지 않은 것을 고치자는 것이 도덕적 개혁이다.
최근 각종 조사에서 열린우리당의 지지도가 1위를 유지하는 것은 열린우리당의 개혁적인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강하기 때문인 것같다. 민주화 이슈는 거의 소멸되고 도덕성 이슈가 새롭게 자리잡고 있는 시대에 걸맞은 이미지를 부각시킨 탓이다. 한편 한나라당의 지지도가 2위로 떨어진 것은 소설가 이문열씨가 “한나라당의 싹수가 노랗다”고 한 것처럼 상대적으로 개혁적인 이미지가 약하기 때문이다. ‘부패 원조당’이니 ‘차떼기 정당’이니 하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다시 태어나려는 몸부림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념적 개혁은 일시적인 인기는 끌 수 있을지 모르나 지속적인 지지는 받을 수 없다. 다른 나라에서 이미 실패한 특정 이념을 지향하는 것이 마치 신선한 개혁인 것처럼 여겨지는 풍토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국민이 머지 않아 진저리를 내고 손사래를 치게 되는 개혁이다. 도덕적 개혁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영속적인 것이다. 그것은 하나님이 인간의 양심에 심어두신 옳은 것과 바른 것을 지향한 개혁이기 때문이다(롬 2:14∼15). 개혁 천지에 올바른 개혁,차별화된 개혁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