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목회단상

함께 하는 시간을 보내고

새벽지기1 2017. 8. 6. 08:09


교우들과 함께 2박3일 동안 쉼과 머묾의 시간을 보냈다.

일상을 떠나 낯선 곳으로, 무더위를 피해 시원한 곳으로,

개별 가정을 떠나 한 공간으로 함께 이동해

먹고, 놀고, 쉬고, 걷고, 듣고, 보고, 만나고, 비를 맞고,

물을 흠뻑 담은 구름을 머리에 이고 하나님을 예배하며 찬미했다.

풀잎 위의 딱정벌레처럼 장엄한 지리산의 언저리에 달라붙어

짧은 시간을 공유하고 향유했다.


참 달콤한 시간이었다. 꿀 같은 시간이었다.

함께 있다는 것 자체로 그저 매 순간이 즐거웠다.

함께 있기에 같은 음악을 들어도 더 행복했고,

같은 음식을 먹어도 더 맛있었고,

같은 산을 보아도 더 충만했고,

같은 길을 걸어도 더 힘이 솟았다.

 

물론 달콤함과 즐거움이 전부일 수는 없다.

여러 사람이 함께 하면 신경 써야 할 일이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진다.

음식을 준비하는 것부터 각자의 상황을 배려하는 일까지 모든 것이 복잡해진다.

제각기 다른 취향과 기호를 맞추기도 어렵고,

나만의 선택을 하기도 어렵고,

고요한 시간을 확보하기도 어렵다.

특히 잠자는 일이 고역이다.

이번에는 코골이가 없어서 큰 불편이 없었지만 그래도 깊은 잠을 자지는 못했다.

이외에도 복잡한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사람이 함께 사는 일, 함께 시간을 공유하는 일은 정말 힘들고 복잡하고 피곤한 일이다.

 

진실로 그렇다.

사람이 함께 사는 일처럼 아름답고 풍요롭고 즐거운 일이 없고,

함께 사는 일처럼 힘들고 복잡하고 피곤한 일이 없다.

사람이 함께 사는 일은 힘든 만큼 즐겁고, 즐거운 만큼 힘겹다.

그래서 함께 사는 일의 힘겨움과 복잡함에 주목하는 사람은 함께 사는 일을 피한다.

반대로 함께 사는 일의 즐거움과 아름다움에 주목하는 사람은 기꺼이 힘겨움을 감수한다.

그리고 함께 사는 일의 힘겨움을 감수하는 이로 인해 함께 사는 자들이 복을 누린다.

이번 여행예배에서도 함께 사는 일의 힘겨움을 감수하는 이들로 인해 즐겁고 행복했다.

 

함께 사는 일, 함께 시간을 공유하는 일은 놀라운 은총이요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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