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목회단상

말레이시아, 다인종 다종교 국가

새벽지기1 2017. 6. 14. 07:57


설 명절을 맞아 오랜 지기들과 말레이시아 여행을 다녀왔다.

사전 정보도 없이 그냥 따라나선 여행길이었다.

공항에 착륙하기 전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니 야자수 묘목을 키우는 농장이 눈에 들어왔다.

일정하게 심어진 야자수 묘목들이 정말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다.

말레이시아를 여행하는 동안 가장 많은 본 것도 야자수였다.

덕분에 야자수 열매인 코코넛을 두 번 사먹었다.

과육은 없고 물만 가득 품고 있는 과일,

그것도 이온 음료인 포카리스웨트와 거의 흡사한 맛이 나는 물을 간직하고 있는 과일이

있다는 것이 참 묘했다.

 

내가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받은 것은 다인종 다종교 사회의 모습이었다.

자연 경관이 빼어난 곳은 한 번도 보지 못했고 대신에 다양한 사람들의 면면을 보는 독특한 경험을 했다.

말레이시아에는 필리핀이나 싱가포르 사람들과 같은 동남아시아 유형의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중국계 사람들, 인도계 사람들, 유럽계 사람들, 아랍계 사람들,

아프리카계 사람들 등 모든 인종이 뒤섞여 있다.

한국에서는 다른 피부와 체형과 얼굴을 한 사람들이 뒤섞여 있는 것을 볼 기회가 거의 없는데

말레이시아는 어디를 가나, 시장이나 호텔이나 음식점이나 커피숍이나 지하철 역이나 가릴 것 없이

같은 피부와 체형과 얼굴을 한 사람들을 볼 수가 없다.

제각각 다른 피부와 체형과 얼굴을 한 사람들이 뒤섞여 있다.

 

그동안 몇몇 나라를 여행했어도 이렇게 다양한 인종이 뒤섞인 나라는 보지 못했다.

그래서였는지 나는 기회가 있는 대로 사람들을 열심히 관찰했다.

쿠알라룸푸르 지하철 노선의 중심지가 중앙역이라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데

가만히 서서 사람들을 지켜보노라면 그렇게 다채로울 수가 없다.

뚱뚱한 사람부터 깡마른 사람까지, 백인부터 흑인까지,

키 큰 사람부터 키 작은 사람까지 정말 눈이 심심할 틈이 없을 만큼 다채롭다.

많은 나라를 여행해보지 않아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지구촌에서 가장 당양한 인종이 뒤섞인 나라가 아마도 말레이시아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만큼

다양한 인종이 함께 뒤섞여 살고 있었다.

 

말레이시아는 인종이 다양한 만큼 종교도 다양했다.

국교인 이슬람교를 비롯해서 힌두교, 유교, 기독교가 공존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도 다종교 사회이긴 하지만 교회당 외에는 다양한 종교의 사원이 눈에 띄지는 않는다.

불교의 절은 산속 깊은 곳에 있고, 유교의 사당은 기념물 정도로 남아 있기에

다종교 사회의 현상이 눈에 도드라지지는 않는다.

그런데 말레이시아는 좀 달랐다.

이슬람교의 사원인 모스크 뿐 아니라 힌두교 사원도 제법 보였고,

중국의 전통 종교 사원과 교회당도 눈에 보였다.

시내 중심가에 여러 종교의 사원이나 교회당이 자리 잡고 있는 걸 보면

신앙의 자유를 인정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계 말레이시아인들은 우리처럼 설을 명절로 지내고 있었다.

나라 전체가 명절로 지내는 것 같지는 않았으나

군데군데 거리의 전광판이나 빌딩 전광판에 새해를 축하하는 중국어가 빛을 발하는 것을 보면

중국계 말레이시아인들이 설을 명절로 지내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올해가 정유년 닭띠라서 중앙역 중심 상가에

거대한 닭 모형을 만들어놓은 것도 보았는데 참으로 이색적이었다.

이처럼 다양한 인종이 사는 나라에서도 중국계 말레이시아인들이 설을 명절로 지내는 것을 보며,

인간의 문화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도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나는 난생 처음 다인종 다종교 사회의 현장을 목도하며

미래의 세계는 우리가 원하던 원치 않던 다인종 다종교 사회로 갈 것이라는 생각,

내가 본 말레이시아가 미래의 지구촌, 미래의 한국의 모습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국사회가 다인종 다종교 사회로 갈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커다란 의문 하나가 가슴속에 훅 들어왔다.

다인종 다종교 사회가 인류에게 복일까 재앙일까?

다인종 다종교 사회가 단일인종 단일종교 사회보다 더 풍요롭고 열린 사고를 가능하게 할까,

아니면 정체성의 부족으로 인해 사회적 갈등이 증폭될까?

이 땅에 이루어질 하나님나라는

다인종 다종교 사회를 넘어 전체가 하나이고 하나가 전체인 온생명 공동체일 텐데

다인종 다종교 사회는 과연 하나님나라로 나아가는 징검다리일 수 있을까,

아니면 마지막 심판의 자리로 내몰리게 될까?

 

참 쉽지 않은 의문이다.

그런데 쉽지 않은 이 의문을 발견한 것이 이번 말레이시아 여행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이 아닌가 싶다.

의문을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인간 성장의 최고 지름길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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