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교회를 넘어 하나님나라에 사로잡힌 사람
한국교회의 새로운 미래를 활짝 열어가기 위해서는 교회가 강조하는 영적 세계에 함몰되지 않고 일상에서 하나님나라의 삶을 사는 걸 중시하는 자가 필요하다. 신앙은 신앙을 위해 존재해서는 안 된다. 신앙은 하나님을 위해 주어진 것도 아니다. 신앙은 오직 구원에 합당한 삶을 살라고 주신 하나님의 선물일 뿐 다른 무엇도 아니다. 신앙은 존재를 포함한 실존의 변화를 위해 주어진 은총이요 도구다. 그러기 때문에 신앙을 가진 자는 생활의 현장이 달라져야 한다. 진정한 신앙의 승부는 교회 안에서 결정되는 게 아니고 날마다 반복되는 작은 일상에서, 교회 밖에서 결정 나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교회는 끊임없이 생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교회 밖으로 성도들을 나가도록 독려해야 한다. 직장과 가정이 신앙의 삶을 사는 진정한 터전이 되도록 해주어야 한다. 교회봉사보다는 생활의 현장에서 구원에 합당한 삶, 하나님나라의 삶을 사는 일에 목숨을 걸게 해야 한다. 그리고 바로 이런 것이 진정으로 교회를 세우는 일이라는 걸 믿어야 한다. 왜? 교회는 도피성이 되어서는 안 되니까. 세상이 보란 듯이 교회라는 높은 성을 쌓아서는 안 되니까.
교회는 세상 앞에 성을 쌓는 것이 아니라 세상 속으로 녹아 들어가야 한다. 교회가 세상 속으로 녹아들어가 보이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수록 교회는 사라지는 게 아니라 도리어 살아날 것이다. 교회가 세상과 담을 쌓을수록 오히려 세상을 닮아갈 것이고, 세상과의 담을 헐고 세상을 향해 나아갈수록 교회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신앙의 에너지와 능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세상을 교회 안으로 끌어들이려 해서도 안 된다. 오히려 세상을 진심으로 섬기고 사랑해야 한다. 하나님이 세상을 사랑하여 독생자를 주신 것처럼 교회 또한 세상을 사랑한다면 세상에 교회를 주어야 한다. 교회가 세상에 교회를 주어야만 하나님나라가 이 땅에 설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교회를 넘어 하나님나라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필요하다. 비록 하나님나라의 삶을 산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것도 아니고, 교회 안에서 봉사하는 것처럼 눈에 띄는 것도 아니고, 어쩌면 뜬 구름 잡는 것 같고,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 같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가 제 역할을 감당하려면 그 어려운 길을 가는 성도들이 많아져야 한다.
하나님나라의 삶이라는 것이 본래 자기 욕심이나 이기심과는 반대로 살아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교회 안에서 봉사하려는 사람은 많아도 하나님나라에 헌신하려는 자는 많지 않고, 하나님을 부리려는 사람은 많아도 하나님의 통치를 받으려는 자는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교회의 미래를 진정으로 열어가기 위해서는 교회 안에 머무는 자들보다는 교회를 넘어 하나님나라의 삶에 헌신하는 성도들이 많아져야만 한다.
그렇다고 지금 내가 교회를 반역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교회 안에서 봉사하지 말라는 것도 아니다. 내가 정말 말하고 싶은 것은 교회 안에서 해야 할은 최소화하고, 교회 밖에서 해야 할 일은 최대화하자는 이야기다. 교회 안에서 지나치게 바쁘게 살지 말자는 이야기다. 교회 안에서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찾지 말자는 이야기다. 진짜로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찾아야 할 곳은 교회 안이 아니라 세상에서라는 이야기다. 교회 밖 인생의 현장에서 정체성이 드러나지 않는 그리스도인은 불 꺼진 등이요 짠맛을 잃은 소금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오늘 그리스도인의 모습이 바로 불 꺼진 등이요 맛 잃은 소금의 신세 그대로다. 인생의 현장에서 하나님나라에 속한 삶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을 찾아보기기가 어렵다. 심히 어렵다. 하여, 그 예날 디오게네스가 참사람을 찾기 위해 대낮인데도 등불을 들고 거리를 배회했던 것처럼 지금 이 시대도 그리스도인을 찾기 위해 불이라도 켜야 할 판이다.
그렇지만 동시에 나는 믿는다. 불을 켜 들고 찾고 또 찾으면 분명히 그런 자들이 곳곳에 숨어 있을 것이라고. 하나님나라 방식과 상관없이 성공한 그리스도인들 말고 하나님나라 방식으로 묵묵히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교회가 이런 믿음을 갖고 힘써 그런 자들을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위로와 힘을 북돋아 주어야 한다. 그러면 그런 성도들이 많아질 것이다. 또 그런 성도들을 많이 배출하는 교회와 목회자를 지지하고 격려하며 박수를 보내야 한다. 그럴 때 한국교회는 새로운 미래로, 구원의 세계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게 될 것이다.
'좋은 말씀 > -목회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짓 영이 지배하는 예배를 아파하며 (0) | 2016.10.31 |
---|---|
환원주의를 경계하라 (0) | 2016.10.29 |
교회 안에 있어야 할 사람들(2) 옳고도 아름다운 사람 (0) | 2016.10.26 |
교회 안에 있어야 할 사람들(1) 깨어있는 열정의 사람 (0) | 2016.10.25 |
교회 안에 있는 사람들(4) (0) | 2016.1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