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목회단상

아름다운 만남의 장이기를

새벽지기1 2016. 9. 17. 07:46


저마다의 인생길은 매우 짧지만 결코 짧지 않은 길이며, 홀로 가는 길이지만 항상 동행이 있는 길이다. 자고로 인생은 만남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만남의 고리가 인생길을 다양하게 수놓는다. 내 인생길에도 수많은 만남이 있었다. 가족들과의 만남에서부터 스치듯 지나친 만남, 삶의 어느 길목에서 잠시 주고받은 만남, 진한 아픔의 자국을 남긴 만남, 내 삶을 일으켜 세운 만남, 끊어질듯 이어지는 만남, 부끄러운 허물을 남긴 만남 등 여러 유형의 만남이 있었다.


오늘의 내 존재와 삶은 이처럼 수많은 만남의 씨줄과 날줄이 엮이어 만들어진 한 편의 독특한 작품인 셈이다. 물론 사람과의 만남만은 아니다. 자연 환경과의 만남, 시대와의 만남, 국가와의 만남, 만물의 창조자이신 하나님과의 만남도 함께 엮여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 빼놓을 수 없는 만남이 있다. 책과의 만남이다. 내 존재와 삶을 조형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만남은 단연 책과의 만남이다. 만일 책과의 만남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이렇게 생각하며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책은 내 인생길 최고의 동반자다. 스무 살 때부터 지금까지 책은 나와 떨어진 적이 없다. 간 이식 수술을 하고 중환자실에 있을 때에도 곁에 책이 있었다. 아주 정확하게 말하면 수술 후 3일째 되는 날부터 책을 읽었다. 몸을 움직일 수도, 밥을 먹을 수도 없었지만 좌우지간 책은 읽었다. 그렇다. 나에게 사는 것은 읽기였고, 읽는 것이 사는 것이었다. 책은 하나님이 허락한 최고의 선물이었다. 나는 책보다 더 훌륭한 스승을 만난 적이 없고, 책보다 더 유익한 친구를 만난 적이 없다.

 

무릇 모든 만남은 선물이다. 기쁘고 아름다운 만남뿐 아니라 아픔과 고통을 준 만남까지도 사실은 복된 선물이다. 하여, 나는 오늘도 새로운 만남을 기대하며 기다린다. 새로운 성도들과의 만남, 새로운 독자와의 만남, 새로운 친구와의 만남, 새로운 저자와의 만남을 열심히 찾으며 기다린다. 끝없이 묻고 만나도 항상 새롭고 놀라운 하나님과의 만남을 기다린다. 물론 나이를 먹을수록 새로운 만남보다는 지나온 만남, 꼭 필요한 만남에 집중하려는 경향이 나타나는 게 사실이다. 넓고 얕은 만남보다는 좁고 깊은 만남이 편안하고 좋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새로운 만남에 대한 기대감과 호기심 또한 결코 내려놓을 수 없다.

 

나는 말씀샘교회가 아름다운 만남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서로에게 은총이 되고, 선물이 되는 아름다운 만남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익명의 사람들이 교차하는 광장의 만남, 이익과 이익이 줄다리기하는 시장의 만남, 각기 다른 목적지를 향해 지나치는 거리의 만남, 모든 시선이 화면에 모여 있는 극장의 만남이 아니라,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속 깊은 생각과 삶을 나누는 만남, 각기 가던 길 멈추고 삶의 여백에 누워 하늘 바라보는 만남, 작은 정을 주고받는 만남,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끌어주고 밀어주는 만남, 세대의 간격과 계층의 간격을 뛰어넘는 만남, 약한 것을 내어놓는 만남, 인생의 희로애락을 공유하는 만남, 응대와 환대가 있는 만남, 진실을 말하는 아름다운 만남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만남의 장에서 함께 맘껏 웃고 울고 소리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나의 남은 삶은 족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