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목회단상

나이를 먹어가는 것인가?

새벽지기1 2016. 7. 15. 08:16


세상의 모든 것이 시시껄렁하다. 세상 돌아가는 뉴스를 듣지 않아도 궁금하지 않고, TV 드라마를 보지 않아도 아쉬울 게 없다. TV를 버린 지가 꽤 되는데도 TV 속 세상이 전혀 궁금하지 않다.

작년 연말이었다. 오랜 지기들과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를 보았다. 꽤 유명한 뮤지컬이어서인지 자리가 없어 포기했다가 막판에 자리를 구해 보게 되었다. 극장에 가니 젊은이들이 가득했다. 자리 값이 꽤 비싼데도 20대 청년들이 많았다. 돈을 잘 쓰는 젊은이들에 놀라면서 공연을 보았다. 중간에 휴식 시간까지 있는 긴 공연, 배우들은 열정적으로 연기하며 노래했다. 훌륭했다. 그런데 감동이 밀려오지는 않았다. 공연을 마치고 나오는 발걸음도 유쾌하지 않았다. 예전에 영화 [시네마천국]을 보았을 때에는 이야기와 음악에 흠뻑 빠졌었는데 [지킬 앤 하이드]에는 그런 영혼의 울림이 없었다. 무대나 음향은 훌륭했으나 이야기와 음악은 내 마음의 벽을 깨뜨리지 못했다. 아내와 함께 돌아오면서 생각했다. 너무 훌륭해서 몇 번씩 본 사람들도 있다는데… 표를 구하지 못해 난리라는데… 나는 왜 이리도 밋밋한 걸까?

 

얼마 전에는 아들 녀석이 요즘 화제의 드라마라며 [최고의 사랑]을 다운받아 주었다. 나도 신문에서 그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읽은 기억이 있는지라 호기심에 2회까지 보았다. 차승원과 공효진의 연기가 볼 만했다. 특히 공효진의 연기가. 하지만 이야기의 리얼리티가 다가오지 않았다. 차승원의 연기도 조금 보고 나니 너무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더 이상 보지 않았다.

나는 한 때 영화광이었다. 극장을 갈아타며(중앙, 허리우드, 스카라) 하루에 세 편의 영화를 본적도 있고, 어느 극장에서 어떤 영화를 상영하는지를 다 꿰차고 살았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 영화가 상영되는지를 통 모른다. 정치에 대해서도 한국사람 누구나 그러하듯이 관심이 지극했다. 경제 문제 외에는 모든 면에 관심이 많았다.

 

그런데 요즘은 무엇이든 시시껄렁하다. 마음을 사로잡는 게 별로 없다. 크게 기대하는 바도 거의 없고, 크게 실망하는 바도 거의 없다. 부러운 것도 거의 없고, 자존심이 상할 만큼의 상실감도 거의 없다. 그냥 모든 것이 밋밋하다. 물론 하루하루의 일상이 그렇다는 게 아니다. 별 볼 일 없는 하루하루의 일상은 여전히 소중하고 감사하다. 존재하는 것 자체가 황홀한 일임을 느끼며 열심히 살고 있다. TV도 없고 라디오도 없는 집구석에 살고 있지만 심심할 틈이 없다. 걷고, 읽고, 쓰고, 먹고, 기도하고, 말하고, 생각하고, 소통하고, 소소한 일상을 챙기며 사는 일이지만 바쁘다. 그런데 소위 재미난 게 별로 없다. 사는 것보다 더 아름답고 소중한 축복이 없다고는 생각하지만 세상이 온통 시시해 보인다.

 

왜 그럴까? 왜 예전과 달리 매혹적인 게 눈에 들어오지 않을까? 왜 모든 게 시시해 보일까? 인생이 다 도토리 키재기에 불과하다는 것, 인생이라는 일정한 범주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것, 다들 거기서 놀고 있다는 것을 알아서일까? 마음이 굳어진 것일까? 감각이 둔해진 것일까? 나는 요즘 이런 나를 지켜보면서 ‘내가 나이를 먹어가는 것인가?’ 하는 의문에 들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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