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성도들이 목회자에게 가장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본지는 지난 호에서 목회자들에게 2016년 성도들에게 바라는 점을 물었다면, 이번 호에서는 성도 50여명에게 한국교회 목회자에 대한 바람을 물었다. 목회자들은 설교강단에서 성도들을 향한 바람이나 기대를 쉽게 밝힐 수 있지만, 대부분의 성도들은 그렇지 못하다. 교회 내 의사소통 방식이 상의하달식이거나 일방적인 통보인 경우가 많기 때문.
새해를 준비하며 목회자로서 강단에서 내려와 성도들과 눈을 마주치고, 귀를 기울여 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해보자. 목회자들을 향한 이들의 진심어린 마음과 충고를 가슴에 되새길 때 강단 위에서의 설교도 더욱 능력을 발하게 될 것이다.
1위 “설교강단의 말씀, 삶으로 본을 보이길”
지난주 성도들을 향한 목회자들의 바람 1위가 ‘신앙과 삶의 일치’였던 것과 같이 새해 성도들의 바람도 이와 동일했다. 설교강단에서 전하는 말씀이 목회자의 삶으로도 드러나길 바란다는 것이다. 성직자로서 목회자들이 더욱 청렴하고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 삶을 살 때, 성도들은 목회자들을 존경하게 되고 이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목회자가 말하는 것과 그의 생활이 유리될 때, 성도들은 큰 실망감과 충격을 받게 된다. 그로인해 교회를 떠나거나 심지어 신앙생활을 그만두는 성도들도 있다는 애석한 목소리가 나왔다.
한 성도는 “성도들의 신앙생활의 모습이 목사의 신앙생활 모습”이라며 “성도를 거울삼아 본인을 되돌아보길 바란다. 말씀 선포에서 그치지 말고, 말씀대로 살아가는 모습을 볼 때에 성도들이 변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2위 “권위의식 벗어나 겸손한 모습으로”
새해 목회자들이 권위의식에서 벗어나 겸손한 모습으로 섬기길 바란다는 요청도 다수를 차지했다. 목회자로서 대접받으려고만 하기보다 낮아있는 모습으로 성도들을 대할 때 목회자로서의 권위는 자연스레 세워지고 성도들로부터 진정어린 존경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강대상에서 부교역자들을 혼내거나 특정 성도들의 이름을 거론해 깎아내리는 말을 하지 말아달라는 당부의 말도 나왔다.
한 성도는 “새해 목회자들이 성도들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겸손히 섬겨주길 바란다”며 “모든 성도가 거룩한 제사장이라는 ‘만인제사장’ 원리에 따라 지나치게 가르치려고만 하지 말고, 하나님 나라를 함께 일궈가는 동역자로 성도들을 대하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3위 “설교는 말씀 안에서만 전해주세요”
많은 성도들은 목회자들이 말씀 중심의 설교를 할 것을 촉구했다. 성경 말씀만을 가지고 설교해도 충분한데, 그럴듯한 예화나 인용이 너무 많을 경우 설교의 진정성이 결여된다는 것이다. 한 성도는 “가끔 어디서 왜 관련한 이야기가 시작됐는지 모르게 설교 중에 예화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설교는 예배 후에 기억이 나는 것이 없다”며 “뼈대를 기억하면서 설명해 주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성도들의 지적 수준이 높아져가는 가운데 목회자들도 충분한 성경 공부와 연구를 통한 고양이 필요하다는 요청도 나왔다. “단순한 스토리가 아닌, 말씀에 깊이 있는 깨달음을 원한다”고 촉구한 또 다른 성도는 “성직자는 자신이 묵상하고 수행하면서 얻은 깨달음을 성도들에게 전해야 하는데, 깨달음 없이 스토리만 전하니까 성도들의 삶에 변화가 없다. 성경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님의 메시지를 매주 듣는다면 당연히 성도들의 삶도 변화될 것”이라고 요청했다.
4위 “헌금 강요하는 설교, 그만”
주일 성수나 십일조를 하면 단순히 ‘복 받는다’는 식의 설교도 새해에는 그쳐줬으면 하는 행동으로 조사됐다. 물론 헌금을 위한 설교는 성도의 훈련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적절하게 때에 따라 십일조, 감사헌금에 대한 가르침이 있어야 하지만 이를 지나치게 강조하고, 헌금을 통해서만 복을 받는다는 기복적인 설교에 성도들은 거부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헌금’설교, 필요하지만, 강요하지 않아야 한다”고 요청한 한 성도는 “성도들도 자신의 교회를 가장 사랑하고 헌신할 준비가 돼 있다. 특히 특별헌금의 경우 왜 우리가 함께 해야 하는지 의미가 잘 전달된다면 모두가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주일성수에 있어서 협박어조의 가르침을 자제해달라고 부탁한 한 청년은 “지혜롭게 대처해 주일에는 반드시 교회에 나와야 한다는 말씀을 많이 들었다. 이러한 말은 쉽지만 특히나 사회 초년생인 청년들 입장에서는 상당히 하기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며 “주일에 출근해야 해서 교회 나오지 못하는 청년들의 아픔도 이해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5위 “강단에서 정치적 이야기 싫어요”
설교 강단 위에서 ‘성경말씀’이 아닌 목회자 자신의 사견을 이야기하거나, 정치적인 견해를 말하는 것에 대해 많은 성도들은 우려를 표했다. 특히 올해 총선을 앞두고 선거, 정치인, 성향, 이념을 강단에서 나타내지 말 것을 권유했다. 교인들마다 정치적인 생각이나 입장이 모두 다르고, 목회자의 설교나 말씀이 성도들에게 많은 영향력을 미치기에 더욱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 성도는 “선거에 나오는 후보자들이 교회에 인사하러 오면, 강단에서 소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며, “타 종교의 경우, 종교시설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밖에서 나오는 교인들에게는 활동하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제안했다.
6위 “축복만이 아닌 ‘고난’의 영성도 가르쳐 주세요”
특히 무조건 그리스도인이 되면 “복 받는다”라는 식의 설교가 아닌 십자가의 영성에 기초한 분명한 성경적 가르침을 듣기 원한다는 응답이 눈에 띄었다. 한 성도는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것이 마냥 쉽고 편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고난이나 희생, 어려움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요즘 많은 목사님들이 이를 너무 돌려서 말하거나 그리스도인의 삶이 단순히 복 받고 잘 살 수 있다고만 가르친다”고 지적했다. 십자가 신앙을 가르칠 때 성도들이 바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성도들의 신앙과 삶과 일치하지 않는 것은 ‘십자가 없는 신앙’ 때문이며, 값싼 은혜와 기복적인 신앙을 가르친 잘못된 설교가 한몫했다는 진단이다.
7위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를”
최근 목회자 세금문제, 교회 세습 문제 등이 한국교회 신뢰도에 큰 악영향을 주었다. 그로인해 복음 전파가 쉽지 않고 교회가 사회로부터 많은 비난의 소리를 듣고 있는 가운데 목회자의 사회적 책임을 촉구하는 답변도 높은 응답을 차지했다.
한 성도는 “목사님들이 이 나라와 이 민족을 위해 기도만 하지 말고 이 나라와 이 민족을 위해 세금도 내고 국민의 의무를 다하면 좋겠다. 또한 교회 세습은 자녀에 사업장 물려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목회자 개개인의 윤리 회복과 교회의 공교회성의 회복을 촉구했다.
“목사님들의 승용차가 지나치게 크고 고급스럽다”고 지적한 한 성도는 “목회자들이 작은 차타기 운동을 벌인다면 한국교회 신뢰도가 조금은 상승할 것이다. 안전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성직자들은 외모, 생활에서부터 경건이 묻어나야 한다”고 당부했다.
8위 “다음세대에 대한 관심을”
한국교회의 성장세가 주춤한 가운데 목회자들이 ‘다음세대’ 교육에 힘쓰기 바란다는 의견도 나왔다. 다음세대 교육에 투자하지 않으면 한국교회의 미래도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어른세대들의 부흥과 성장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자라나는 다음세대를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투자할 때 놀라운 결실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것.
이를 위해서 실제적인 대안으로 교육부서 예산을 늘리고 교사들을 위한 격려와 보상을 뒷받침할 것을 요청했다. 한 성도는 “예수님도 어린 아이를 나와 같이 사랑하라 하셨는데 목회자들이 어린이 사역에 관심이 덜 한 것 같다. 교사들에게 무조건적 충성보다 충분한 보상을 주고 격려하는 목사들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9위 “차별없이 심방해주세요”
성도들은 삶이 힘들 때 위로를 원한다. 목회자들이 성도의 아픔과 슬픔을 알고, 직접 개별 가정을 심방하고 위로한다면 큰 힘이 될 것이다. 특히 어려운 가정일수록 더욱 섬기고 돌아볼 필요가 있지만, 성도들을 차별해 심방하는 것은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제시됐다.
한 성도는 “목사님들이 교회가 조금만 커져도 직접 심방하지 않고 부교역자들에게 맡긴다. 골라서 심방을 다닌다. 어떤 교회는 담임목사 심방은 장로 이상만 받을 수 있다. 또 사례비를 많이 주는 사업장이나 가정만 편애하는 목사님들도 있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밖에 교회 활동을 성도들에게 고르게 배분하지 않고 사역을 몰아주거나, 사역에서 배제되는 성도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관심한 것에 대한 것도 수정하기를 요청했다. 한 성도는 “교회 안에서 헌신하는 직분자에게 많은 일들이 몰린다. 1인 1사역을 목표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면서 “평소 활동을 하지 않던 교인들도 사역을 하면서 믿음의 분량도 더 커지지 않을까 생각된다”는 바람을 전했다.
기타 - “밖으로 뻗어나가는 교회 이루길”
이밖에 기타의견으로는 “한국교회, 교단 험담 안하기”, “교회 재정집행을 더욱 투명하게”, “목회자의 확고한 목회 철학 가지기”, “외부 교회 성장 세미나 다녀와서 검토없이 교회에 바로 적용하는 것” 등의 의견이 개진됐다. 단순한 교회 성장을 넘어서 세상을 향해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는 교회로 거듭날 수 있도록 목회자들이 인도해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나왔다.
한 성도는 내 교회의 확장과 성장보다 우리나라 기독교와 교회의 균형있는 발전을 위해 기도하고 노력해주시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 “교회의 본질 회복”을 촉구한 또 다른 성도는 “큰 건물, 큰 예배당, 큰 행사 등 외형적 대형화를 추구하거나 예배의 본질에 벗어나 성경적이지 않은 모습을 버렸으면 좋겠다. 작은 곳에서 더 질적인 성장을 하는 교회가 곳곳에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정하라 기자 jhara@igood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