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직장 큐티

때려죽여도 출근하기 싫은 날은 어떻게? / 원용일 목사

새벽지기1 2025. 5. 9. 05:28

때려죽여도 출근하기 싫은 날은 어떻게?


어느 교회 청년부에서 강의를 마친 후에 한 형제가 돌발질문을 했다. “열심히 살아야 하고 주께 하듯 일해야 하는 것은 알겠는데, 정말 일하기 싫을 때, 때려죽여도 출근하기 싫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폭소가 터졌다. 나는 어떻게 답해야 할지 생각하고 고민할 겨를도 없었다. 순발력을 발휘했다. “그렇게 일하기 싫으면 그만둬야지요. 한번 쉬어봐야지요.” 또 한 번 웃음바다가 되고, 우리는 모두 그저 서로를 바라보며 공감했다. 엉겁결에 자기가 한 질문보다 짧은 대답을 들은 그 형제는 나에게 ‘엄지 척’을 날렸다. 나는 ‘손가락 하트’로 답하며 가장 짧은 질문과 대답을 마무리했다.


일하는 사람이라면 ‘때려죽여도 출근하기 싫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안다. 직장생활 경력이 오랠수록 출근하기 싫은 날도 늘어난다. 정말 너무 힘들 때는 그야말로 탈진한 것이니 쉬어보는 방법이 탁월한 선택이다. 지금 하고 있는 나의 일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져보면 기분 전환과 또 다른 길도 모색할 수 있다. 문제는 반복적으로 하는 나의 일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깨달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해롤드 래미스 감독의 영화 《사랑의 블랙홀》은 “나는 왜 이리 매일 같은 일만 반복하며 살아야 하나?”라고 푸념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메시지를 준다. 날마다 반복되는 의미없어 보이는 일에 짜증이 난 방송국 기상캐스터 필은 결국 한 여인을 사랑하면서 일상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성촉절 아침 기상예보를 하는 필의 멘트가 이렇게 달라졌다. “안톤 체홉은 추운 겨울을 절망의 계절로 묘사했지만 겨울도 인생의 한 부분입니다. 지금 이곳 펑수타니 시민들과 함께 봄을 기다리는 제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도 따뜻하고 행복합니다.” 성경 구절이 떠오른다. “그러므로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이 염려할 것이요 한 날의 괴로움은 그날로 족하니라”(마 6:34). 필은 그야말로 일상의 시간인 ‘크로노스’에서 하나님의 뜻과 섭리가 담긴 결단의 시간인 ‘카이로스’를 경험한 셈이다.

어제와 비슷한 일을 오늘도 하는 나를 통해 하나님이 무언가 이루어가신다. 구약성경 룻기의 마지막 부분은 다윗의 탄생을 알리면서 마친다. 메시아의 조상인 다윗의 증조할머니가 룻이라는 족보를 기록한다. 이것은 그야말로 기적이었다. 그런데 룻기의 위대한 구원의 역사는 룻과 시어머니인 나오미, 남편이 되는 보아스의 평범한 일상이 출발점이었다. 


오늘 우리의 권태롭기도 한 하루, 힘겹게 이어가는 일상을 통해서도 하나님은 무언가 성취해가신다. (by 원용일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