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삶(2) / 정용섭 목사

새벽지기1 2025. 3. 8. 05:58

삶(2)

 

우리는 지금 살아있지만

곧 죽는다는 것도 분명하다.

죽는다는 게 실감 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죽겠지만

지금 이렇게 시퍼렇게 살아있으니 말이다.

죽을 때 죽더라도

지금 삶을 누리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삶의 태도를 뭐라 할 건 없다.

죽음을 두려워하고 슬퍼하고

그래서 현재의 삶을 비관만 한다면

지혜로운 사람이 아니다.

정당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자.

죽는다는 엄연한 사실 앞에서

지금 살아있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어쩌면 우리의 삶은

교수대로 불려갈 순간을 기다리는 사형수의 그것과 같다.

아무리 즐거운 축제를 즐긴다고 해도

죽음의 순간에 그것은 무의미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죽음이 우리와 상관없는 것처럼 산다.

 

우리가 평소에 죽음을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는 이유는

죽음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감하지 못하고 그냥 그러려니 한다.

다른 사람들도 죽으니까 어쩔 수 없지 한다.

이런 태도는 죽음을 초월했다기보다는

죽음을 외면하는 것뿐이다.

죽음의 추상화다.

이런 이들에게는 삶도 추상으로 떨어진다.

죽음이 진지하지 않는데

삶이 어떻게 진지할 수 있겠는가.

죽음이 현실(reality)로 다가오지 않는데

삶이 어떻게 현실로 다가오겠는가.

 

삶이 무엇인지 조금이라고 알고 싶은 사람은

먼저 죽음을 직면해야 한다.

삶의 깊이로 들어가려는 사람은

먼저 죽음의 깊이로 들어가야 한다.

완전한 파멸 앞에서 전율을 경험할 때에야 비로소

삶의 신비 앞에서 희열을 느낄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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