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장로 / 정용섭 목사

새벽지기1 2025. 3. 3. 06:34

장로

 

한국교회의 외적 성장에 가장 크게 공헌한 제도는

당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회는 시무 장로와 담임 목사로 구성된다.

교회에 따라서 부교역자도 참여하기도 하는데,

아마 발언권 회원에 머물 것이다.

당회 제도는 칼뱅에 의해서 시작되었다.

로마가톨릭의 성직자중심주의를 넘어서서

나름으로 민주적 질서를 세우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지금의 장로교회는 모두 칼뱅의 후예들이다.

그래서 당회 제도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감리교회, 성결교회, 하나님의 성회(순복음), 침례교회 등등은

전통적으로 당회제도가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금 한국교회는 교파 불문하고

대개는 당회제도로 움직인다.

그 이유는 단 하나다.

그게 교회 부흥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뜻인지 알만한 분들은 다 알기에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겠다.

신자들은 장로가 되기 위해서

모든 노력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 아무개 전임 대통령은 장로가 되려고

교회 주차장 안내위원으로 수고했다.

장로가 되려면 헌금도 그럴듯하게 해야 하고

모든 교회 집회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장로 후보자의 신앙생활이 수치로 평가된다.

장로 후보자들은 서로 경쟁한다.

아름다운 경쟁일 수도 있지만

이전투구인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렇게 애를 쓰는 신자들이 많으면

교회는 부흥하기 마련이다.

 

나는 일찌감치 신학교에 들어갔고

지금까지 평생 목사로 살았기에

소위 평신도들이 장로가 되기 위해서

애쓰는 걸 이해하기 어렵다.

인간적으로만 생각한다면

교회에서도 지도자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이해하지 못한 것은 없으나

그런 생각이 부질없는 것이기에 안타까울 뿐이다.

도대체 장로가 되면 뭐가 좋을까?

교회에서 존경받는 게 그럴 듯해 보이겠으나

세상에서 존경받으면

하늘나라에서 존경받지 못한다는 주님의 말씀에 따르면

교회에서 장로로 존경받는 일은 가능한 피할 일이다.

장로로 교회 정치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에 마음이 간다면

그는 기독교 영성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오늘 한국교회의 구조에 대해서

어느 정도 문제의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장로 제도가 오히려 한국교회의 개혁을 막는다는 사실을 인정할 것이다.

이 자리는 그런 문제까지 말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훗날 그것에 대해서 쓸 기회가 있을 것이다.

 

다비안들에게 조언을 드린다면,

가능한 장로가 되지 마시라.

교회 봉사를 원하시면

그냥 뒤에 숨어서 하시라.

장로가 되는 순간부터

좋은 뜻이든 나쁜 뜻이든지

일종의 노예가 될 터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