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서울대학교, 1월8일(화) / 정용섭 목사

새벽지기1 2025. 1. 13. 06:03

 이동흡 씨가 이명박 대통령에 의해 차기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지명되었다. 서울대학교 법대를 나오신 그분은 대표적인 강경 보수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헌재는 지금까지도 보수적인 판결이 많았는데, 저 분이 청문회를 통과해서 소장으로 결정되면 더욱 보수적인 경향을 보일 것이다. 한국의 중요한 법 문제를 최종 결정하는 곳이 헌재다. 서울을 지방으로 옮기려던 고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도 헌재에 의해서 좌절된 적이 있다.

 

     그건 그렇고, 헌법재판소를 구성하고 있는 재판관들의 출신대학교 분류가 더 재미있다. 전체 9명 중에서 7명이 같은 대학교 출신이다. 서울대 법대다. (내가 근 1,2년 사이에 주례를 본 젊은이들 중에 두 팀이 서울대 법대 출신이긴 하지만...) 믿기 어려웠다. 신문 보도가 잘못 됐는지 내가 잘못 읽었는지 몰라 다시 확인해보니 사실 그대로다. 나머지 한 분은 고려대 출신이고, 다른 한 분은 경북대 출신이다. 그중에 여자는 단 한 명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이해가 안 간다. 대한민국에 신망 받는 법조인이 서울대 출신 밖에 없다는 건지, 그중에서 헌재 재판관으로 선정될 만큼 뛰어난 인물이 몽땅 서울대 출신이라는 말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

 

     수년 전에 서울대 폐지 운동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학벌 차별을 막으려면 서울대를 폐지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나는 여기서 그것의 옳고 그름을 말하지 않겠다. 헌재 구성비율만 놓고 보더라도 80% 가까이를 서울대 출신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곧 한국사회가 크게 병들었다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이런 현상은 권력과 부, 또는 가난의 대물림 현상과 맥이 닿아 있다. 낭만적인 생각인지 모르겠으나, 서울에 소재한 각각의 대학교 출신 4명, 강원도 1명, 경상도 1명, 전라도 1명, 충청도 1명, 그리고 제주도 1명으로 헌재를 구성했으면 한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대한민국 법 체제가 허물어질 일은 없다.

 

     내가 사는 아파트 구내에 며칠 전부터 현수막이 내 걸렸다. 몇 동 몇 호에 사는 아무개가 서울대에 합격했다는 내용이었다. 희극인지, 비극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