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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싸움 / 정용섭목사

새벽지기1 2024. 7. 16. 06:58

   그대는 결혼하셨소? 아니면 아직 미혼이오. 내가 청년 시절엔 남자들도 서른만 되면 혼기가 지났다고들 했소. 여자는 두 말 할 것도 없소. 요즘은 웬만하면 남녀 불문하고 서른을 넘기기가 예사요. 좀더 옛날에는 조혼이 일반적이었소. 내 아버님도 한 살 더 많은 어머니와 열아홉 살에 결혼하셨다고 들었소. 좀더 올라가면 십대 중반에 결혼하던 시절도 있었소. 결혼 적령기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니 어린나이에 하든지 나이 든 뒤에 하든지 무슨 문제가 있겠소. 여하튼 그대가 아직 결혼하지 않았으면, 또는 결혼한 지 20년이 채 안 됐으면 내 말에 귀를 기울여보시오.

 

     세상에 부부싸움을 하지 않는 부부는 없다는 말이 있소. 부부싸움을 왜 하는 것 같소? 한쪽에서 큰 잘못을 저질러서 싸우는 일은 많지 않소. 잘못했으면 용서를 구하면 되니까 싸움으로까지 번지지는 않소. 대개의 싸움은 오히려 작은 데서 생기오. 다음과 같은 우스갯소리를 그대로 들었을 거요. 어느 부부가 치약 사용하는 방법의 차이로 이혼하게 되었다는 거요. 아내는 치약을 짤 때 밑에서부터 누르고 남편은 중간에서부터 누른 거요. 아내는 남편에게 그렇게 하지 말라고, 치약을 밑에서부터 짜야 끌까지 잘 쓸 수 있다고 말했소. 남편은 그까짓 치약으로 왜 말이 많으냐고, 좀 편하게 쓰면 안 되냐고 반박했소. 옥신각신이 결국 다른 문제까지 연결되어서 이혼에 이르렀다는 이야기요.

 

우습기는 해도 개연성이 전혀 없는 이야기가 아니오. 사소한 성격의 차이, 생활습관의 차이가 부부싸움의 큰 이유가 된다오. 자녀교육관의 차이도 중요하오. 남편은 공교육만 충실히 시키면서 나머지는 인격과 성품교육으로 채우자는 주장이고, 아내는 다른 아이들과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서 사교육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이오. 아내가 완전히 남편 말을 따르든지, 아니면 남편이 아내에게 완전히 맡겨 놓으면 괜찮지만 서로의 주장이 충돌하면 걷잡을 수 없는 지경까지 나간다오.

 

이러 종류의 차이가 중간에 해소되지 않고 쌓이게 되면 상대방을 아예 불신하게 되고, 그런 불신이 반복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되오. 이혼을 감행하기도 하고, 거기까지 나가지 않아도 이혼한 거나 진배없는 상태로 살아가기도 하오. 이 차이를 극복하기가 어렵소. 상대방을 고치려고 하면 상황이 더 악화되오. 차이를 감수해야 하오 옛날 가부장제도에서는 남자의 주장이 원칙으로 작용해서 부부싸움이 심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도 아니오. 여성도 경제활동을 하게 되면서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할 수 없게 되었소. 이혼율의 증가도 이런 이유가 크게 작용할 거요.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말도 있으나, 그것도 옛말이요. 가능하면 싸움이 길어지지 않고, 축적되지 않도록 평소에 관리하는 게 좋소.

 

     부부싸움은 젊어서 자주 하다가 나이가 들면서 줄어들게 되어 있소. 사람에 따라서 다르긴 하지만 나이가 오십이 넘으면 싸울 일이 별로 없소. 실제로 싸울 일이 없어졌다기보다는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넘어가는 지혜를 터득하게 된다고 말하는 게 맞소. 젊어서부터 이런 지혜를 터득한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많지는 않소. 대개는 부부싸움으로 인한 위기를 몇 번 넘기면서 배우게 되는 거요. 그대는 지금 그런 지혜를 터득했소. 아니면 그걸 배우는 과정이오. 지금 부부싸움을 자주한다고 해서 너무 실망하거나 자학하지 마시오. 시간이 그대를 모든 삶의 지혜로 인도할 거요. (2010년 10월12일,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