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자들은 자기 머리를 흔들며 예수를 모욕하여 이르되
아하 성전을 헐고 사흘에 짓는다는 자여,'(막15:29)
지나가는 자들은 이렇게 투덜거립니다. “아하, 성전을 헐고 사흘에 짓는다는 자여!” 이 말은 예수님이 산헤드린에서 재판을 받을 때 증인들이 나와서 한 내용입니다.(막 14:58)
예수님이 직접 이런 말씀을 하셨을까요? 이에 대해서 아무도 단정적인 대답을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다음과 같이 몇 가지 상황을 추론해볼 수는 있습니다. 우선 예수님이 실제 건물로서의 성전을 허물고 다시 짓겠다고 말씀하셨을 리는 없습니다. 예수님은 그런 일을 하지 않으실 뿐만 아니라 그런 일에는 무능력하십니다. 이런 관점에서만 본다면 산헤드린의 재판과정에서 증인으로 나선 사람들의 말과 십자가 앞에서 투덜거린 사람들의 말은 아무런 근거가 없습니다.
그러나 성전 운운은 예수님의 말씀을 모아놓은 ‘로기온’이 약간의 변형을 일으킨 결과라고 볼 수는 있습니다. 이 진술은 종말론적인 구원이 임할 때 예루살렘 도성과 성전이 다시 세워진다는 유대교의 기대와 연결되어 있습니다.(바룩 5:1-9, 에티오피아 에녹 61:8 참조) 경우에 따라서 먼저 옛 건물이 파괴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문서도 있습니다.(토비 14:4) 예수님이 이런 유대교의 묵시적 전통을 제자들에게 가르쳤을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더 높은 가능성은 예수님의 몸을 성전으로 상징화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사흘’이라는 숫자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흘 만에 부활하신 예수님의 몸을 가리킨다고 말입니다. 초기 기독교에서 이런 전승 과정을 거쳐서 성전을 허물고 다시 짓는다는 소문이 복음서에 자리 잡게 된 것 같습니다.
‘성전을 헐고 사흘에 짓는다는 자여!’는 조롱입니다. 그들은 말도 되지 않는 것을 핑계로 십자가의 예수를 조롱했습니다. 진리가 조롱받는 일이 인류 역사에서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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