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자색 옷(7)(막15:20)

새벽지기1 2024. 3. 24. 06:17

'희롱을 다 한 후 자색 옷을 벗기고 도로 그의 옷을 입히고 십자가에 못 박으려고 끌고 나가니라.'(막15:20)

 

예수님의 수난 전승을 육체적 고통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잘못이라는 말을 오해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 말을 영육이원론적인 시각으로 보면 곤란합니다. 예수님은 육체적으로 아무런 고난을 당할 수 없는 존재라는 말이 아닙니다. 예수님의 육체성에 대한 부정은 초기 기독교만이 아니라 중세를 거쳐 지금까지 계속 기독교 영성에 잠재되어 있는 가현설입니다.

 

가현설은 예수님의 신성을 일방적으로 강조함으로써 인성을 약화시킵니다. 예수님은 신이기에 인간으로 겪어야 할 모든 육체적 한계가 무의미하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육체는 영혼보다는 열등하게 취급됩니다. 먹고 마시고 고통당하는 모든 육체의 속성이 세속적인 것으로 단죄됩니다. 교부들은 예수님이 참된 인간(vere homer)이었다고 말합니다. 인간의 모든 육체적 한계를 그대로 안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수난 전승의 본질은 육체적 고통에 있는 게 아닙니다. 하나님의 구원 행위와 그것에 대한 예수님의 순종이 핵심입니다. 앞에서 언급한대로 수난 전승의 과정에서 예수님은 침묵했으며, 그 상황에 대해서 복음서 기자들도 감정적인 수식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제 군인들의 퍼포먼스는 끝났습니다.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으려고 끌고나갑니다. 군인들은 자신들이 하나님의 구원 드라마에서 악역을 맡고 있다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합니다. 인류를 향한 하나님의 거룩한 구원 드라마와 인간들의 무지한 악행이 교차하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인류 역사가 흘러왔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전능한 하나님이 악의 역사를 구원의 역사로 단번에 바꾸지 않는다는 사실은 역사의 신비입니다. 그것이 완전히 드러나는 날 역사는 끝납니다. 그 끝에서 하나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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