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은 그에게 침을 뱉으며 그의 얼굴을 가리고 주먹으로 치며 이르되 선지자 노릇을 하라 하고 하인들은 손바닥으로 치더라.'(막14:65)
유대의 산헤드린 공의회가 예수님에게 사형 선고를 내렸다는 사실은 근거가 있을까요? 복음서에 그렇게 기록되어 있으니 당연한 거 아니냐 하고 생각할 분들이 있겠지만,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마가복음 기자가 이 산헤드린 공의회의 현장에 있지는 않았습니다. 예수에 대한 산헤드린의 심문은 심야에 이뤄졌고, 그 심문과 회의는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초기 기독교 공동체는 어떤 이로부터 그 이야기를 전해 들었겠지요. 따라서 그 현장에서 어떤 말이 오갔는지를 찾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당시에 산헤드린이 사형 선고의 권한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분분합니다. 당시 유대는 로마의 식민 지배를 받고 있었습니다. 로마 총독이 사회 치안의 최종 권한을 독점하고 있던 상태에서 산헤드린이 사형을 선고할 수는 없었다고 봐야겠지요. 그렇지만 다음과 같은 가능성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로마 총독이 산헤드린에게 일정한 권한을 위임했다고 말입니다. 로마 총독의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형식적으로는 총독만이 사형을 선고할 수 있었지만 실제로는 산헤드린의 의견을 그대로 반영하는 겁니다. 신학자들도 이런 문제에서 일치된 입장을 보이지 못합니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복음서의 보도를 충실하게 따라가는 게 최선이겠지요.
마가복음 기자는 예수님이 로마 총독인 빌라도에게 심문을 받기 전에 이미 산헤드린에 의해서 사형 선고를 받았고, 극심한 모욕을 당했다고 보도합니다. 예수님의 마지막 운명에 대한 전반적인 기조에서 본다 하더라도 예수님의 죽음에는 로마보다는 산헤드린의 책임이 더 크고 본질적입니다. 이 말은 다음을 가리킵니다. 예수님이 형식적으로는 정치적인 사형 선고를 당하셨지만 실제로는 종교적인 사형 선고를 당하셨다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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