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대제사장 관저에서(10)(막14:60)

새벽지기1 2024. 3. 5. 05:33

'대제사장이 가운데 일어서서 예수에게 물어 이르되 너는 아무 대답도 없느냐 이 사람들이 너를 치는 증거가 어떠하냐 하되'(막14:60)

 

거짓으로 증언하던 사람들의 말이 다 끝났습니다. 그 증언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마가복음 기자는 56절과 59절에서 반복해서 지적했습니다. 예수를 향한 그들의 증언은 아무런 법적 효력을 갖출 수 없었다는 의미입니다.

 

이제 대제사장이 직접 나섭니다. 그는 예수님에게 세 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첫째 질문은 “너는 아무 대답도 없느냐?”입니다. 이 질문은 무슨 의미일까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는 걸 보니 예수 당신 스스로 크게 잘못했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라는 다그침일 수도 있고, 거꾸로 증인들의 증언에 법적 효력이 없자 다급한 심정으로 뭔가 트집이라도 잡으려는 것일지 모릅니다. 또는 침묵으로 일관하는 예수님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는 것이겠지요.

 

예수님이 침묵을 지킨 이유는 긴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가장 간단한 이유는 그들의 증언이 거짓말이기 때문입니다. 거짓말에 대해 일일이 시시비비를 따진다는 건 무의미한 일입니다. 따져봐야 상대방이 인정하지도 않습니다. 악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자신들의 처음 고집을 꺾지 않습니다.

 

예수님이 침묵을 지킨 더 결정적인 이유는 예수님의 모든 언행은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일어난다는 데에 있습니다. 예수님의 옳고 그름은 사람의 기준에 의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기준에서 판단됩니다. 그는 하나님의 말씀에만 집중해서 살았습니다. 자신의 운명이 억울하게 누명을 써야 하는 것이라면 그것도 하나님의 뜻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운명에 처한 분이 어찌 거짓으로 증언하는 사람들의 말에 일일이 대꾸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예수님이 아니기에 사람과의 복잡한 관계를 말로 잘 풀어가야겠지만, 때로는 침묵도 필요합니다. 하나님에게 가까이 다가간 사람일수록 자기를 변명하는 말을 길게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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