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대제사장 관저에서(8)

새벽지기1 2024. 3. 5. 05:28

'우리가 그의 말을 들으니 손으로 지은 이 성전을 내가 헐고 손으로 짓지 아니한 다른 성전을 사흘 동안에 지으리라 하더라 하되'(막14:58)

 

거짓으로 증언하러 나선 이 사람이 발설한 내용은 막 13:2절에 나온 것입니다. 예수님이 제자들과 함께 예루살렘 성전에서 나갈 때 제자들이 이렇게 물었습니다. 이 성전의 돌들과 건물이 얼마나 장엄한지 모르겠습니다. 한번 보십시오. 제자들의 이런 감탄사는 당시 일반인들의 그것과 다를 게 없습니다.

 

다윗이 자재를 준비하고 솔로몬이 지은 예루살렘 성전은 유대인들이 자랑하는 최고의 건축물입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나 중국의 만리장성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그리고 성서의 바벨탑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인간은 장엄한 건축물에 마음을 쉽게 빼앗깁니다. 그런 건축물이 실제로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인간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입니다. 피라미드는 파라오의 영생불사를 위한 것이지 이집트 민중들을 위한 건 아니었습니다. 만리장성도 중국이라는 제국을 지켜내려는 욕망의 결과물입니다.

 

오늘 한국교회가 거대한 교회당 건축에 매달린다는 것도 역시 이런 욕망이 작동한 결과가 아닐는지요. 물론 순수한 신앙의 발로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걸 구분하기가 쉽지가 않군요. 앞에서 거론한 모든 건축물과 솔로몬의 예루살렘 성전 건축도 원래는 순수한 신앙에서 시작한 거니까요.

 

예수님은 제자들을 향해서 예루살렘 성전의 돌들이 모두 허물어질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기원 70년에 발생한 예루살렘 함락을 예언한 것입니다. 그것을 예수님이 미리 감지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그것을 경험한 마가복음 기자의 첨언인지도 모릅니다.

 

어쨌든지 거짓으로 증언하러 나온 사람은 예수님의 말씀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대제사장이 원하는 말을 전했을 뿐입니다. 이런 일은 전형적인 부화뇌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