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내고 카메라도 들지 않은 채 서울의 갤러리를 돌아다니던 날....
그저 사진만 보면 나를 잊게 된다.
파랗게 물든 하늘도 그 하늘을 또 다른 색으로 덮어보려는 가을 나무의 몸짓도,
그것을 보는 사람들도 나에겐 사진으로 보인다.
경복궁 담장을 돌아 걷는다.
담장 따라 한 장의 가을 사진이 보이고 나는 그 사진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말 많고 탈 많은....
경비 삼엄한 청와대 앞길을 지나 경복고를 지나는 언덕길은 예쁜 컬러사진으로 인화 중이다.
종로구 부암동, 처음 와보는 곳이다.
조그만 카페와 가게, 떡집이 포근하다.
그 골목 끝에 라카페 갤러리, 그 속에 품고 있던 사진들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차가워진 공기 탓인지 커피 향이 진하게 풍겨오지만 오늘은 사진 향기가 더 진하다.
어쩔 수 없는 나는 사진쟁이인가 보다.
갤러리를 나서며 고개를 드니 빨갛게 물든 담쟁이가 잘 가라 배웅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