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즉 너희가 어떻게 행할지를 자세히 주의하여 지혜 없는 자 같이 하지 말고 오직 지혜 있는 자 같이 하여
세월을 아끼라. 때가 악하니라. 그러므로 어리석은 자가 되지 말고 오직 주의 뜻이 무엇인가 이해하라.
술 취하지 말라 이는 방탕한 것이니 오직 성령으로 충만함을 받으라.” (엡 5:15-18)
세월을 아낀다는 것은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라는 일반적인 교훈이 아니다. 본래 우리의 것이었던 하나님의 ‘카이로스’가 회복되어야 한다는 신앙적 당위성을 지적하는 것이다. 그것은 구원받은 우리들이 누릴 복의 핵심 내용이기도 하다. 에덴동산에서 하나님과 동행하였던 아담이 누렸던 복이 그런 것이었다.
그렇다면 세월을 아끼는 삶의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오늘의 본문은 그 방법을 다음 두 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첫째로, 우리는 무엇보다 어리석은 자가 되지 말고 주의 뜻이 무엇인지 이해해야 한다(17절).
그것은 우리가 어떻게 행할지를 자세히 주의하는 지혜로움이기도 하다(15절). ‘자세히’로 번역된 헬라어 ‘아크리보스’는 ‘부지런히’ ‘정확하게’라는 뜻이다. 열심을 다하여 부지런하게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바르고 정확한 것은 더 우선적이다. ‘주의하다’로 번역된 헬라어 ‘블레포’는 집중력 있는 관찰로서 바른 분별력을 의미한다. 신앙에서 영적인 분별력과 집중력이 결여되면, 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사탄에게 주도권을 빼앗겨 하나님의 기회를 확보하기가 어려워진다.
영적 집중력과 바른 분별력을 유지하는 길은 늘 깨어 기도하는 것이다. 예수께서 겟세마네 동산에서 십자가를 지시기 전 마지막 기도를 드릴 때, 제자들은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그런 제자들에게 예수께서는 ‘시험에 들지 않게 깨어 기도하라’는 마지막 당부를 남기셨다(마 26:41). 시험에 빠지는 첫 단계는 하나님의 ‘카이로스’를 놓치는 것이다. 깨어 기도하는 것만이 ‘카이로스’의 회복을 가로막는 사탄의 방해공작을 막을 수 있다.
둘째로, 보다 적극적인 방법은 성령의 충만함을 받는 것이다.
성령의 충만을 받기 위해서는 하나님을 향하여 영혼의 창을 열어놓아야 한다. 다니엘이 하루에 세 번씩 예루살렘으로 향한 창문을 열고 하나님께 기도하였듯이, 어떤 상황 속에서도 마음의 방향을 하나님께로 고정시켜야 한다. 우리가 하나님에게 집중하기만 하면, 성령께서는 우리와 동행하시며 하나님의 뜻을 실천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신다.
성령의 충만을 받기 위해서는 술 취하지 말아야 한다. 술 취함은 방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방탕은 정상적인 감각을 잃어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하나님의 뜻보다 자신의 생각이나 욕심을 앞세우는 자기중심적 삶이다. 반면에 성령 충만은 하나님께 우리의 영적 주파수를 맞추는 거룩한 집중력을 가능케 한다. 그런 집중력을 통하여 성령께서는 하나님의 감동과 도전을 우리에게 전달해 주신다. 그러므로 성령 충만은 우리들의 즉각적인 순종과 실천을 요구하시는 하나님의 소원이기도 하다(빌 2:13).
성령 충만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방법은 성령을 통한 하나님의 감동과 도전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실천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성령을 거슬려 근심하게 하고(엡 4:30), 더 나아가 성령을 소멸시키게 된다(살전 5:19). 하나님의 말씀은 우리의 실천을 전제로 주어진다.
하나님 말씀을 듣는 것에만 그친다면, 그것은 하나님을 업신여기는 일종의 불경죄이다. ‘듣다’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샤마아’는 ‘순종하다’도 포함하고 있다. 하나님은 만왕의 왕이시고 그분의 말씀은 지엄하신 어명과도 같다. 그런 의 말씀을 듣는 것은 곧 그 말씀을 그대로 행할 책임과 의무도 함께 부여되는 것이다. 그것이 하나님이 주시는 도전의 기회인 ‘카이로스’를 전적으로 받아들여 실천하는 삶 곧 세월을 아끼는 영적 지혜이다.
이 땅에 살아가면서 우리는 시공간의 제한을 벗어날 수 없다. 우리는 ‘크로노스’의 한계성 안에서 우리의 생명을 이어가는 것이다. 그런 한계성 안에서 하나님의 ‘카이로스’를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신앙의 우선적인 과제이다.
사도바울이 강조한 날마다 새로워지는 것도 세월을 아끼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후 4:16). ‘날마다’는 하루 24시간을 의미하는데, 그것은 영적 새로움(카이로스)의 주기가 하루 24시간(크로노스)이라는 뜻이다. 점차적으로 낡아지는 겉 사람의 한계성 속에서 우리의 속사람은 평생토록 끊임없이 날마다 새로워짐을 경험하며 살아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가 시간을 정해 놓고 매일 말씀을 묵상하며 기도하는 일을 습관화시켜야 한다. 말씀과 기도를 삶의 우선순위로 앞세우는 것이 바르고 지혜로운 신앙생활이다.
긴 장마 끝에 무더위가 다가오면서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도 시작되었다. 휴가는 단순히 육체적으로 쉰다는 것만이 아니다. 그것은 생활의 활력을 얻기 위한 재충전의 기회이다. 영적으로 새로워지는 것을 빼놓고 심신의 재충전은 기대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휴가철은 세월을 아끼는 영적 지혜로 하나님의 ‘카이로스’를 회복하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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