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목회단상

너희는 죄의 종이라

새벽지기1 2017. 5. 29. 14:54


예수님은 유대인에게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고 말했다(요8:32).

그리고 남의 종이 된 적이 없다고 생각하는 그들을 향해

‘죄를 범하는 자마다 죄의 종’이라고 말했다(요8:34).

이 말은 사실 ‘너희는 지금 죄를 범하고 있으며,

죄를 범하는 너희는 사실상 죄의 종’이라는 말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그렇다면 묻자.

예수님은 왜 너희는 ‘로마의 종’이라고 말하지 않고 ‘죄의 종’이라고 말했을까?

알다시피 당시의 유대는 로마의 지배를 받고 있었지 않은가?

로마 총독과 군대가 예루살렘에 진주하여 유대를 다스리고 있었지 않은가?

세금도 로마가 징수해갔지 않은가?

그렇다면 ‘로마의 종’이라고 말하는 게 자연스러울 텐데 왜 ‘죄의 종’이라고 말했을까?

정치적/경제적인 지배를 가볍게 보아서일까?

정치적/경제적인 문제에 관심이 없어서일까?

로마로부터의 정치적/경제적 독립이 예수님이 추구하는 자유가 아니라서일까?

 

그렇지는 않다.

예수님은 모든 형태의 갇힘과 매임에서 해방시키는 구원자이시다.

가난한 자, 억압받는 자를 긍휼히 여기는 분이시다.

그런 분께서 유대인의 암담한 정치적/경제적 현실을 나 몰라라 하실 리 없다.

그것은 세속의 문제라며 외면하실 리 없다.

그런데도 ‘로마의 종’이라는 사실은 말하지 않고 ‘죄의 종’이라는 사실만 말한 것은

로마의 종살이보다 더 지독한 종살이가 바로 죄의 종살이이기 때문이다.

죄의 종살이에서 해방되어야 로마의 종살이에서도 해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이다. 모든 인간은 다양한 형태의 종살이를 하고 있다.

권력의 종살이, 자본의 종살이, 이데올로기의 종살이, 체제의 종살이,

여론의 종살이, 주류의 종살이, 욕망의 종살이, 허영의 종살이, 학벌의 종살이 등

다양한 형태의 종살이를 하고 있다.

 

물론 이 진실을 깊이 자각하는 자는 많지 않다.

대부분은 그저 자유인으로 살고 있다는 근거 없는 확신과 환상에 빠져 산다.

날마다 다양한 형태의 종살이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맘대로 선택하며 사는 몇 가지 선택의 자유에 정신을 빼앗겨

자유인으로 살고 있다는 확신과 환상에 빠져 있다.

그러니까 현대사회는 피상적인 자유로써 근원적인 종살이의 실상을 가리고 있는 셈이다.

 

예수님은 이렇게 가려진 인간의 실상을 폭로했다.

죄를 범하는 자마다 죄의 종이라고.

죄라고 하는 보이지 않는 권력의 지배를 받으며 살고 있다고.

옳다. 모든 인간은 죄의 종이다.

만인지상의 자리에 있는 최고 권력자도 죄의 종이고,

돈으로 호령하는 억만장자들도 죄의 종이다.

자유인이라고 외치는 모든 자도 죄의 종이다.

우리가 중력의 지배를 받으면서도 중력이 몸에 익은 탓에 중력을 자각하지 않고 사는 것처럼,

죄의 지배를 받으면서도 그것이 몸에 익은 탓에 죄의 지배를 자각하지 못하는 것일 뿐이지

모든 인간은 죄의 지배를 받으며 사는 죄의 종이다.

이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인간의 현실이요 근원 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