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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성헌 목사 (교회를 위한 신학포럼 총무) SFC간사, 광주지역 기독학생 총연합회 대표간사, 개혁신앙의 바른 이해를 위한 연구모임 간사, 캐나다 유학생 선교훈련원 총무 등을 역임했다. 고신대학교 일반대학원 기독교 윤리학 박사과정 수료 후 '한국 기독교세계관운동과 문화신학'에 관한 논문을 진행 중이다. |
도올과 김수환의 기독교
지금으로부터 16년 전인 2000년 10월, 당시 KBS에서 야심차게 방영되었던 도올 김용옥의 <논어 이야기>에 특별 대담의 게스트로 나온 고(故) 김수환 추기경을 본 적이 있다. 도올은 초기 한국 기독교(여기에서 기독교는 천주교를 말함)의 전래사를 말하는 자리에서 초기 기독교가 당한 숱한 박해를 언급하였다. 그는 다산 정약용의 조카가 기록한 천주실의(마테오리치 저)의 발문을 인용하면서 “만약 기독교의 하나님이 2천 년 전, 이스라엘에서 활동한 예수와 그들을 추종하는 무리들만의 하나님이었다고 한다면 그 하나님은 전 세계 방방곡곡으로 복음을 전하러 다니시느라 얼마나 바쁘실까?”라는 조소 섞인 말을 던졌다. 한 마디로 복음전도와 선교를 근간으로 하고 있는 전통적인 기독교에 대한 반대의 표시였다. 그러한 기독교는 잘못된 기독교라 말했다. 기독교가 말하고자 하는 추상적인 진리는 받을 수 있지만 지역적이고 배타적이며 협소한 문자주의적 기독교는 거부한다는 것이다. 그는 전통적인 기독교 전체를 그렇게 규정하였다. 그는 처음 기독교를 소개한 천주실의의 발문자 역시 같은 주장이라며 자신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도올의 기독교는 다름 아닌 휴머니즘, 곧 사랑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여기에 반응하는 김수환 추기경의 대답 또한 도올의 생각과 동일했다는 사실에 있었다. 처음 천주교가 전래되었을 당시 우리나라에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전통적으로 전해 내려오는 다분히 유교적인 하늘에 대한 경외사상이 있었는데, 천주교는 단지 그러한 하늘에 대한 사상을 좀 더 심화시켜 준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독교만이 특별한 종교가 아니라는 말이다. 기독교(천주교)는 ‘경천사상(敬天思想)’과 근본적으로 같은 것이며 같은 목표를 지향하는 종교라고 김추기경은 생각했다. 그는 말하기를, 모든 종교는 다 가치 있는 것이며 각기 다른 종교에 속한 개인은 자신이 믿는 믿음에 따라 참되게 살아가기만 하면 모두 다 ‘그 믿음’으로 인하여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도올이 이러한 김수환 추기경의 종교다원주의적인 답변에 “얼싸 좋다” 하고 맞장구를 친 것은 당연한 반응이었다.
도올의 생각은 더 나아갔다. 그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어야만 구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통적인 기독교 신앙을 대단히 편협하고 독선적인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한 마디로 전통적인 기독교가 보여주는 배타성에 대해 극도의 혐오감을 표명한 것이다. “기독교에 있어서 중요한 가치는 바로 사랑에 대한 가치인데, 이것은 공자의 인(仁)과 상통하는 가치로서 모든 인간들이 점점 황폐화되어져 가는 죽음의 문화에서 생명의 문화로 바꾸는 노력을 함으로써 이룰 수 있는 것”이라고 역설한 김수환 추기경의 말에 도올은 진심으로 동의했다. 도올 김용옥과 김수환 추기경이 말하는 기독교는 전통적인 기독교와는 완전히 달랐다. 그들의 기독교는 구주 예수 그리스도로 대변되는 전통적인 기독교와는 다른 모든 종교의 진리와 만날 수 있는 ‘사랑’이라는 진리였다.
세속적인 휴머니즘으로 전락한 기독교
도올과 김수환의 기독교는 결국 다른 모든 고차원적인 종교들이 추구하는 도덕적 이상(理想)에 다름 아니었다. 그들의 기독교는 철저하게 휴머니즘 자체였다. 어쩌면 그들의 주장이 다원화된 사회를 살아가는 다원주의적 사고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제법 매력 있어 보이고 세련된 기독교라는 호응을 끌어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들의 기독교는 “예수만이 참 길”이라고 말하는 기독교와 거리가 멀었다. 기독교는 그들에 의해 고차원적인 여러 도덕 종교 중의 하나로 전락하고 말았고 독특성을 상실한 채 허다한 종교 중의 하나로 격하되고 말았다. 진정한 의미의 구원은 더 이상 ‘살아계신 하나님’과 관련된 것이 아니었다. 죄로부터의 실존적인 구원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으며 죄인의 구원을 위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인류를 향한 자기희생의 모범으로 탈바꿈하고 말았다. 이제 구원은 오로지 사랑과 같은 도덕적 이상에 매진할 때 획득될 수 있다.
십 수 년 전 도올 김용옥과 김수환 추기경이 주장했던 생각들이 우리 사회에 만연해 가고 있는 것을 보면서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그렇다면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기독교는 현대인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기독교만의 독특한 구원이라는 게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가? 이러한 생각들은 앞선 글(한국교회, 가짜신앙이 판친다!)에서 언급한 오늘날 교회 가운데서 발견되는 네 가지 그릇된 신앙의 모습들을 보면서 더욱 분명해 진다. 그러면서 찾아드는 또 다른 질문이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신앙들은 과연 성경이 말하는 참된 신앙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구원신앙에 대한 바른 이해의 필요성
오늘날 한국교회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구원신앙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없는 까닭에 각기 나름대로 '자기 복음' '자기 신앙'을 따라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소견에 좋을 대로 행하던' 사사시대와도 같아 보인다. 예수를 말하나 각자 생각하는 예수가 다르며 심지어는 성경에 대한 이해도 제각각이다. 스스로 설정한 기독교를 바라보며 자기가 만든 예수를 섬기고 있는 형국이다. 구원의 감격이 사라지고 냉랭한 가슴과 습관적인 종교적 생활만 남은 텅 빈 조개껍질과 같은 한국교회를 주목하여 보라! 무미건조하고 형식적인 신앙생활에 힘겨워하는 오늘날의 교인들의 모습을 보라! 신앙생활이 자유함을 가져다주기 보다는 무거운 짐이 되고 있는 현실이 너무나도 안쓰럽다. 주를 섬긴다고 하면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자신'을 드러내기에 힘을 쓰는지, 종교적인 의를 쌓기에 혈안이 된 모습이다. 심지어 그런 과정에서 다른 교우들을 중상하고 모략하며 분쟁을 일삼는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오늘날의 수많은 교회가 세인들의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현실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올바른 구원신앙의 회복이 절실한 시점이다. 성경적인 구원신앙이 회복되어야만 한다. 참된 구원신앙이야말로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 앞에서 올바른 신앙의 행로를 걷게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을 통하여 구원의 주관자이신 하나님과 그분이 행하신 일을 바르게 알게 되며 비로소 구원받은 자로서의 진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참된 구원의 신앙은 '하나님의 말씀'에 기초해 있다는 사실이다. 구원은 살아계신 하나님께로 오는 것이요 하나님의 말씀, 곧 성경에 계시되어 있다. 하나님께서는 성경을 구원을 위한 유일한 은혜의 방편으로 내셨다. 우리는 오직 하나님의 말씀을 통하여만 참된 구원의 길을 알 수 있다.
성경이 말하는 참된 구원의 신앙을 이해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먼저 교회 내에 있는 사실상의 불신자들에게 참된 구원의 길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말씀이 바르게 선포되지 않는 곳에는 구원에 이르는 하나님의 능력이 결단코 역사하지 않는다.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바른 선포가 참된 교회를 증명하는 첫 번째 표지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믿음은 들음에서 나며 들음은 오직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말미암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롬 10:17). 바울이 고백한 것처럼 ‘복음이야말로 모든 믿는 자에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이다(롬 1:16). 하나님의 말씀이 정당하고 바르게 선포될 때에야 비로소 참된 믿음의 역사가 나타난다.
또한 이것은 이미 성령으로 거듭났으나 여전히 그리스도 안에서 어린 아이인 자들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거듭났을지라도 지속적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통한 바른 도리를 배우지 못하면 진정한 영적생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른이 아니라 영적인 갓난아이로 태어난다. 그리고 날마다 하나님의 말씀을 먹으면서 장성한 분량에 이르기까지 자라가야 한다. 만약 하나님의 말씀을 통하여 자라나지 못한다면 심각한 영적 장애를 경험하게 되며 하나님의 말씀으로 인한 풍성한 은혜를 경험할 수가 없다.
구원신앙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정상적인 신앙으로 자라가도록 하는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개혁자들을 통해 회복되고 공교회의 신앙고백으로 전수된 '성경이 말하는 참된 신앙'을 회복하자. ‘오직 성경’을 외쳤던 개혁자들의 신앙을 통해 참된 구원의 길을 배우자.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가 너희 심령에 있을지어다.” (빌 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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