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되심의 영성 <하나님의 형상>
하나님 형상이 회복된 사람들의 공동체가 하나님 나라의 표징이 되는 길은 성례전적 사귐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곧 믿음의 공동체가 성례전적 교제를 통해 인류의 정치적 이상인 미래의 하나님 나라를 상징함으로써 하나님의 나라의 표징이 된다고 한다.
이들에게 하나님 나라는 하나님이 역사의 끝에 이룰 실재(reality)다. 개인과 사회가 갖는 갈등이 최종적으로 해결되는 것은 사람이 이루어가는 역사의 현재적 조건에서는 찾을 수 없고 오직 종말론적 이상으로 남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곧 역사의 끝에 하나님이 다스릴 때 비로소 사람이 사람을 지배하는 것이 없는 사회가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미래의 실재는 이스라엘이 기대하고 있는 미래의 하나님 나라와 일치한다. 또한 그것은 그리스도라는 칭호와 떨어질 수 없이 연결되어 있다.
그리스도 사건은 미래의 ‘하나님 나라’에서 실현될 인류의 보편적 정치적 이상의 선취(prolepsis)이다. 이 미래 실재에 대한 강조는 19세기 후반 바이스와 슈바이쳐가 주장한 종말론적 하나님 나라로부터 기원한다.
종말론적 하나님의 나라는 오직 상징적인 방식을 통해서만 오늘에 임한다. 믿음의 공동체가 갖는 성례전적 교제는 미래에 실현될 하나님의 나라에서 갖게 될 인류의 보편적 정치 공동체의 삶을 보여주는 선취적 형태다.
이런 뜻에서 믿음의 공동체의 성례전적 교제는 인류가 역사의 끝에 이룰 공동체적 삶의 표징이다.
그러나 하나님 형상이 회복된 사람들의 공동체가 하나님의 나라의 표징이 되는 것은 그리스도가 주로서 다스리는 삶의 공동체를 매개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나님의 나라는 예수 그리스도 사건으로 이미 실현되었고 미래의 최종적 완성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 나라는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 사람의 몸을 입고 온 사건과 일치시킬 수 있다. 그는 이 땅에서 한 사역을 통해 하나님의 자기희생의 사랑(agape)을 세상에 계시하였고, 이러한 사랑의 공동체의 실재인 ‘하나님의 나라’를 보여주었다.
뿐만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 나라의 진리를 선포함으로써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 임하게 하였다. 또한, 예수 그리스도는 십자가에서 죽음으로써 사람들을 어두운 죄의 세력에서 하나님의 나라로 이끌어 들였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는 그를 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성령을 통해 하나님의 나라에 현재적으로 참여하게 한다. 역사의 끝은 이것의 최종적 실현이다. 쿨만(Oscar Cullman)이 정확하게 주장하였듯이, 예수 그리스도에게 하나님 나라는 그의 ‘성육신’(incarnation)으로부터 시작되었고 미래는 이 시작된 하나님 나라의 완성이다. 뿐만 아니라, 깔뱅(John Calvin) 역시 이 점에서 놀라운 통찰을 보이고 있다.
곧 그리스도의 나라(Regnum Christi)는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 온 것에서부터 이미 시작되었고, 하늘로 올라간 후 사도들의 복음 선포를 통해 성령 안에서 진전을 이루며, 역사의 끝에 최종적으로 완성된다(consummation).
따라서 그리스도 사건은 역사의 끝에 이루어질 인류의 보편적 정치 질서의 야기가 아니라 그것 자체가 이미 실현된 하나님의 나라의 실재이며, 복음 선포를 통한 이 하나님의 현재적 진전 역시 미래 실재에 이르기 위한 잠정적 실재가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의 실재다, 비록 불완전하지만. 하나님 나라의 최종적 완성인 미래 실재는 바로 이러한 과거의 시작과 현재적 진전에 기초한다.
그 시작과 진보가 미래의 실재를 보증하기 때문이다.
출처j...복음신문....피어선신학전문대학원 조직신학 교수...신 현 수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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