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니
아주 젊은 시절, 35년여전.
그 무렵 내가 참 좋아했던 노래들이 새롭게 기억된다.
그 중 하나가 ‘얼굴’이다.
어찌나 그 노래가 좋고 자주 불렀던지
같이 자취하던 친구가 나에게 동그라미라는 별명을 지어주었다.
심지어 나는 그 곡에 20절이 넘는 가사를 써 보기도 했는데
지금 나의 책장 한 구석에 얌전히 있을게다.
몇 년 전 우연히 그 가사를 읽어보았는데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내가 쓴 것 같지 않아 혼자 웃고 말았다.
사실인즉
그 때 나에겐 멀찌기만 바라볼 수 있었던 여학생이 있었다.
문학소녀였는데 그져 바라보기만해도 좋았던 기억이 난다.
동아리 모임에서 얼굴을 마주치는 것이 고작이었지만
매주 있었던 모임시간이 다가오면 괜스리 나는 행복감에 젖기도 했었다.
어쩌다 눈길이라도 마주치면 심장이라도 멎을 것 같았고
한두마디 말이라도 건네게 되면 온세상이 나의 것인양
나의 마음이 하늘에 닿을 것 같기도 했었다.
분명 나는 포로였었다.
주간 모임이 없을 땐
나는 어김없이(두 세 차례였다) 만년교 주변에 살고 있었던 친구의 집을 찾곤 했다.
아주 친하게 지냈던 그 친구는 그녀(?)의 초등학교 동창이었고
집 또한 가까이에 있었고 아주 허물없는 친구 사이였다.
아마도 그 녀 집 앞을 지날 때
나의 그 감정이 ‘얼굴’의 가사였을 게다.
그 이후 그 노래가 나의 마음이 되었다.
지금도 그 마음이 좋다.
비록 두 세 달 동안의 열병으로 마감되었지만
지금도 그 마음이 새롭다.
군에 있을 때
그녀의 결혼 소식을 친구로부터 들었는데
내가 바라보고 있을 무렵부터 사귀어 온 선배와 맺었단다.
아주 가끔 친구들로부터 그녀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마음의 설레임은 가라앉았지만 잔잔한 미소를 가져다준다.
사노라니
얼굴이 몇차례 바뀌었다. 그 가사의 주인공이 바뀌었다.
가사의 내용도 조금씩 변했을게다.
그 가사를 다시 쓸 용기도 없지만
그 얼굴의 주인공을 그려보아야 할 때가 다가오나보다.
봄이 이미 왔는데
나의 인생의 또하나의 봄을 맞기엔 아직 준비가 덜 되었나보다.
나의 밤을 뒤척이게하는 그런 아름다움을 이 나이에 꿈을 꿀 수 있다는 것이
분명 나의 행복이겠지만...
그런데 그러한 봄이 나에게 다가온다면 과연 어떠한 날개를 달고 올까?
나의 주변엔 그런 아름다운 꿈을 꾸고 있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이 있다.
이 봄날 주말 아침이 참 좋다.
친구들이 있어 참 좋다.
33카페가 있어 좋다.
사랑하는 나의 친구들아!
우리 서로 사랑하며 살자!
서로 그리워하며 살자!
이 봄날에 우리 행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