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사귐의 소리

하나님의 걸음은 느리다.(출 2:12-25) / 김영봉 목사

새벽지기1 2025. 5. 1. 05:16

해설:

저자는 “세월이 지나”(11절)라는 표현으로 사십 년의 시간 간격을 뛰어 넘는다. 그 사이에 모세는 이집트의 왕궁에서 왕족 중 하나로 자랐지만, 히브리 사람이라는 의식이 살아 있었다. 그는 자기 동족이 착취와 박해에 시달리고 있는데 자신은 왕궁에서 호의호식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안고 살았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히브리 사람이 이집트 사람에게 매질을 당하는 것을 목격한다. 모세는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 이집트 사람을 살해한다(11-12절). 다음 날, 그는 히브리 사람들 사이의 분쟁에 끼어 들었다가, 그 중 한 사람이 자신의 살인 행위를 목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13-14절). 그 사실은 이집트 왕에게까지 알려졌고, 모세는 급히 미디안 광야로 도피한다(15절).

 

미디안 광야에서 모세는 미디안 제사장의 딸들을 만난다. 미디안은 아브라함이 세번째 아내 그두라에게서 얻은 네번째 아들 미디안의 후손으로 알려져 있다(창 25:1-3). 이 부족은 요단강 동편에 거주하다고 모세 시대에는 시내 반도 남쪽에 살고 있었다. 미디안 부족의 종교는 아브라함의 신앙에 뿌리를 두고 있었지만, 사백여 년이 지나는 동안에 여러 종교와 섞여서 매우 다른 종교가 되었을 것이다. 

 

미디안 제사장의 딸들은 양 떼를 돌보고 있었는데, 남성 목자들이 그들에게 행패를 부리는 것을 보고 모세가 쫓아버린다(16-17절). 그 일로 인해 제사장 르우엘(3장 1절에 의하면, 그는 “이드로”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다)은 모세를 집으로 초청했고, 모세는 그곳에서 머무르기로 한다. 르우엘은 모세를 십보라와 결혼시킨다(18-21절). 결혼 후 그들은 첫 아들을 낳고 그 이름을 게르솜이라고 짓는다(22절). 

 

저자는 “세월이 많이 흘러서”(23절)라는 말로 다시 시십여 년의 시간을 뛰어넘는다. 그 사이에 이스라엘 백성을 압박하던 이집트 왕이 죽는다. 모세는 미디안 광야에서 양치는 목자로 살아가고 있었다. 모세를 통해 계획하셨던 하나님의 구원 계획이 정지된 것 같았다. 그 침묵의 시간 동안에 이스라엘 백성은 고난 중에서 하나님께 부르짖었다(23절). 

 

23절과 25절에서 저자는 네 개의 동사("탄식하며", "부르짖으니", "부르짖는", "탄식하는")를 사용하여 이스라엘 백성의 고통의 밀도를 전한다. 또한 24-25절에서는 네 개의 동사("들으시고", "기억하시고", "보시고", "생각하셨다")를 사용하여, 백성의 부르짖음에 대해 하나님께서 응답하셨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이제 역사는 임계점에 이르렀고, 바야흐로 하나님은 새로운 일을 시작하신다. 

 

묵상:  

모세를 통해 시작한 하나님의 구원 행동은 너무도 느리게 진행 됩니다. 갈대 상자에 실려 떠내려 가던 모세가 이집트 공주에 의해 구출되는 장면을 보면 하나님의 역사가 즉시 일어날 것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모세는 이집트 왕궁에서 40년 동안 잠잠히 살아갑니다. 그리고 우발적인 충돌로 인해 빚어진 사고 때문에 그는 미디안 광야로 피신하여 또 40년을 숨어 지냅니다. 

 

미시적으로 보면, 모세를 통해 시작될 듯 했던 하나님의 구원 역사는 정지된 것 같았고 폐기된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거시적으로 보니, 그것은 구원의 때를 위한 준비 과정이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구원 받기에 준비 되고 모세가 구원자로서 일하기에 준비될 때까지 하나님께서는 기다리신 것입니다. 또한 이스라엘 백성이 바로의 폭정에 시달리며 구원을 호소할 때 그분은 침묵하시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 기간 동안에 하나님은 들으시고 기억하시고 보시고 생각하셨습니다. 그리고 때가 되었을 때 일을 시작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이렇게 느리게, 사소한 일들을 통해 그리고 이름 없는 사람들을 통해 당신의 일을 이루어 가십니다. 느리고 부드럽고 섬세한 손길을 분별하고 그 템포에 맞추어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과제입니다. 하나님의 손길이 보이지 않을 때조차 그분의 섭리와 계획을 믿고 현실의 고난을 견디며 그분의 뜻을 따라 사는 것이 믿음입니다.

 

기도:

우주의 운행과 역사의 흐름을 다스리시는 주님, 주님의 그 거대하고 느린 걸음이 저희에게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자주 주님의 다스림을 의심하고 부정합니다. 저희로 하여금 주님을 바로 알게 하시고 바로 믿게 해주십시오. 저희의 작은 선택과 결정을 통해 주님께서 거대한 구원의 역사를 이루어가신다는 것을 믿고, 오늘도 신실하게 주님의 뜻을 따라 살게 해주십시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