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앞에서 저자는 “여러분의 지도자들을 기억하십시오”(7절)라고 했는데, 그들은 1세대 지도자들로서 이미 세상을 떠났다. 저자는 그들이 “어떻게 살고 죽었는지를 살펴보고, 그 믿음을 본받으십시오”라고 권면한다. 그들은 삶과 죽음을 통해 믿음으로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증명했다.
17절에서 저자는 지도자들에 대해 다시 언급하는데, 이들은 지금 독자들을 지도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곧이듣고”는 헬라어 ‘페이토’의 번역인데, 이것은 이해하여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그들에게 복종하십시오”라는 말은 무조건 맹종하라는 뜻이 아니라, 가르침을 잘 경청하고 분별하여, 바르다고 여겨지면 따르라는 뜻이다.
“그들은 여러분의 영혼을 지키는 사람들이요”는 지나친 의역이다. “그들은 여러분을 위해 늘 깨어 있어야 하는 사람들이요”라고 번역하는 것이 옳다. “이 일을 장차 하나님께 보고드릴 사람들입니다”라는 말은, 지도자는 자기 자신의 구원 만이 아니라 자신의 지도 하에 있는 사람들의 구원에 대해서까지 책임 져야 하는 무거운 직책을 맡았다는 뜻이다.
영적 지도자의 무거운 책임을 강조하면서 저자는 그의 지도를 받는 사람들의 자세에 대해서도 한 마디 덧붙인다. 그들은 지도자들이 “기쁜 마음으로 이 일을 하게 하고, 탄식하면서 하지 않게” 도와 주어야 한다. 지도자에게 있어서, 교인들이 겸손히 말씀을 경청하여 영적으로 성장하고 변화되는 모습을 보는 것처럼 기쁜 일이 없다. 그런 모습을 볼수록 자신의 소임에 열정이 생긴다. 정성을 다해 말씀을 전했는데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삶에 아무런 변화가 없을 때, 영적 지도자는 가장 낙심이 된다. 자신이 무익하게 느껴진다. 그렇게 되면, 그 해는 말씀을 듣는 이들에게 돌아간다. 그래서 저자는 “그들이 탄식하면서 일하는 것은 여러분에게 유익이 되지 못합니다”라고 덧붙인 것이다.
이렇게 말한 후에 저자는 자신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청한다. 여기서 “우리들”(18절)이라고 한 이유는 자신과 같은 영적 지도자들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그는 “양심에 거리끼는 것이 한 점도 없다”고 확신하고 있고, “모든 일에 바르게 처신하려고” 노력해 왔다고 믿는다.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깨끗하고 바르게 살도록, 자신을 위해 중보해 달라는 뜻이다. 저자는 독자들을 방문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 일이 속히 이루어지도록 기도해 달라는 부탁도 덧붙인다(19절).
저자는 독자들에게 축복을 전한다. “영원한 언약의 피를 흘려서 양들의 위대한 목자가 되신 우리 주 예수”(20절)라는 표현은 히브리서 전체를 통해 논증하고자 했던 가르침을 요약한 것이다. 하나님은 그분을 “죽은 사람들 가운데서 이끌어내신” 분이다. 저자는, 예수님을 죽은 자들 가운에서 일으키신 하나님께서 독자들을 “온갖 좋은 일에”(21절) 알맞게 다듬어 주시기를 기원한다. 그럴 때, 그들은 하나님의 뜻을 행하게 되고, 하나님은 그분의 뜻을 이루어지는 것을 보신다. 그럴 때, 그들을 구원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영광을 받으신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자신이 준 “권면의 말”(22절)을 잘 듣고 실천하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전한다. 아울러, 그와 함께 있던 디모데가 감옥에서 풀려났다는 소식을 전한다(23절). 그가 자신에게 돌아오면 그들에게 함께 갈 것이라는 계획도 밝힌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모든 지도자와 성도”(24절)에게 인사를 보낸다. “이탈리아에서 온 사람들”은 이탈리아를 떠나 저자와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이 사람들의 안부를 굳이 전한 것은 독자들이 이탈리아에 살고 있었다는 증거일 수 있다. 저자는 통상적인 인사말로 편지를 맺는다(25절).
묵상:
믿는 이들이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 안에서 공동체를 이루는 것은 필수입니다. 그것은 주님께서 직접 정하신 일입니다. 기독교 신앙은 홀로 수양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서로 섬기며 자라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바울 사도는 그의 편지들에서 “서로”라는 부사를 자주 사용했습니다. 몸의 지체로서 서로 연합하여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어야만 영적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믿음의 사람들이 공동체를 이룰 경우에는 영적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구약시대에는 혈통을 따라 지도자가 정해졌지만, 예수님 이후에는 믿음의 공동체에서 신앙과 인품이 구비된 사람을 지도자로 세웠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공동체에서 추천한 사람을 일정 기간 동안 교육시켜 영적 지도자로 세우는 전통이 만들어졌습니다. 한 공동체가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제 역할을 하려면 영적 지도자를 중심으로 모든 지체가 연합해야 합니다.
히브리서 저자는 영적 지도자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그는 세상을 떠난 1세대 지도자들을 생각하며 “그들이 어떻게 살고 죽었는지를 살펴보고, 그 믿음을 본받으십시오”(7절)라고 말합니다. 이것은 교인들에게 하는 말이지만, 영적 지도자에게도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영적 지도자는 “삶과 죽음”을 통해 믿음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영적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영적으로 늘 깨어 있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교인들의 영성을 위해 잘 섬길 수 있습니다. 장차 하나님 앞에서 자신들이 한 일에 대해 결산할 날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늘 깨어 있을 수 있습니다.
저자는 영적 지도자들에 관하여 교인들에게도 몇 가지 명령을 합니다. 교인들은 지도자들의 가르침을 헤아려 듣고, 바른 가르침에 대해서는 순종해야 합니다. 그럴 때 지도자들은 기쁜 마음으로 자신의 소임을 다할 것입니다. 영적 지도자들에게 가장 신나는 일은 교인들이 말씀을 경청하고 실천하여 영적으로 자라나는 것입니다. 반대로, 지도자의 가르침을 귓등으로 듣고 삶에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으면, 지도자는 낙심하게 됩니다. 자신이 아무 쓸모 없다는 느낌에 사로잡힙니다. 그런 영적 무력감으로 목회하는 것은 절망 그 자체입니다. 또한 그런 목회의 해는 고스란히 교인들이 받습니다.
은혜로운 공동체는 지도자와 지도 받는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소임을 다할 때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자신의 소임은 다하지 않고 서로 상대방을 비판하면 그 공동체는 세워질 수 없습니다. 이 땅에서의 천국과 지옥은 결국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입니다.
기도:
주님, 저희를 그리스도의 몸으로 묶어 주시니 감사합니다. 교회 안에 여러 직분을 두시고 신실하게 직분을 섬기는 이들을 주시니 감사합니다. 특별히, 말씀을 가르치는 지도자의 역할을 위해 신실한 종들을 허락해주시니 감사드립니다. 말씀의 종들로 하여금 항상 깨어 있게 해주시고, 말씀을 받는 이들로 하여금 돈독한 마음과 순종의 영을 허락하여 주십시오. 주님의 이름으로 구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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