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보듯이 살아가기
인류가 언제까지 생존할 수 있을까?
그걸 아는 사람은 없다.
어림짐작으로 말할 수도 없다.
인류가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순간이
언젠가 온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그 순간이 빠를 수도 있고,
생각보다 늦을 수도 있긴 하지만
분명히 오긴 온다.
우리는 그걸 알긴 하지만
평소에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 순간이 당대에는 오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게 위로가 된다면 그렇게 살아도 큰 문제는 아니다.
지금 살아가기도 팍팍하기에
인류의 종말을 생각할 겨를이 없을 수도 있다.
그걸 억지로 생각할 수도 없다.
생각하라고 하면 오히려 부담이 될 뿐이다.
그런데 기독교 신앙은 그 마지막을 생각하라고 요구한다.
기독교 신앙의 핵심은 바로 거기에 놓여 있다.
부활의 예수가 다시 오는 때가 바로 세상의 끝이다.
이 세상의 끝이 인류가 끝장나는 때인지
또는 우주 전체가 끝장나는 때인지는 좀더 생각해야하지만,
어쨌든지 우리의 일상이 완전히 끝장나는 때인 것만은 분명하다.
기독교인들은 거기에 집중해야 한다.
그게 쉽지 않다.
좀 복잡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그래서 종말에 대해서 별로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세상이 끝나지 않아야만 가능한 일에만 매달린다.
다음의 사실을 알아야 한다.
세상의 끝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만이
현재의 일상을 깊이 있게 살아갈 수 있다.
그런 사람은 일상에 과도하게 매달리지도 않지만
일상을 함부로 대하지 않으며
소홀하게 대하지 않는다.
곧 끝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일상을 소중하게 여기면서
그 일상을 초월한다.
나는 현재의 삶을
죽음의 자리에서 뒤돌아보듯이 대한다.
늘 그런 거는 아니지만 그렇게 대하려고 노력한다.
내 인생의 과거가 담긴 필름을 다시 보는 것처럼.
일상의 현재는 죽음의 미래와 하나다.
미래가 현재를 이끌어간다.
이게 단순히 말장난이 아니라
실제로 내 삶의 능력이 되었으면 한다.
나 개인과 인류의 마지막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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