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중환자실 / 정용섭 목사

새벽지기1 2025. 3. 4. 06:07

중환자실

 

일전에 서울의 한 대형병원 중환자실에서

19년 동안 간호사로 근무하던 분이 쓴 책을 읽었다.

나는 지금까지 중환자실에 한 번도 누워본 적이 없었고,

그곳을 직접 찾아가본 적도 없었다.

기껏 해봐야 티브이나 영화로만

그 분위기를 조금 따라가는 정도였다.

산소호흡기, 심장박동계측기, 공중에 매달린 주사액 비닐봉지들...

이번에 그분의 책을 통해서 중환자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좀더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쓴 분은 의료인으로서 이런 고민을 토로했다.

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게

기계적으로 연명치료를 하는 게 과연 옳은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가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선택은 환자보다는

보호자 중심으로 이뤄진다고 한다.

환자의 입장에서 차라리 연명치료를 포기하고

자연스럽게 죽음을 선택하는 게 좋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확한지 모르겠으나

일단 연명치료가 시작되면

보호자가 중단을 요구해도

완전히 죽었다고 판정이 나지 않는 한

중단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게 법이다.

저자는 환자의 고통만 가중시키는 연명치료보다는

인간적인 존엄을 지키면서 죽음을 받아들이는 게

오히려 생명윤리에 맞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우리는 운이 좋아 중환자실의 신세는 지지 않고 있지만

언젠가는 그와 비슷한 운명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더 이상 스스로 호흡할 수 없는 순간이,

더 이상 스스로 심장이 뛰지 않는 순간이,

뇌의 작용이 멎는 순간이,

동공이 풀리는 순간이 온다.

당황하지 않고 그 순간을 맞으려면 훈련이 필요하다.

훈련으로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으나

그것 말고 다른 방법은 없다.

신앙적으로 한 마디 한다면

하나님과의 일치 안으로 깊이 들어가는 훈련이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