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원당일기(21) / 정용섭목사

새벽지기1 2024. 10. 1. 04:20

  

     오늘 이야기는 호미요. 저 사진에서 보듯이 참 예쁘게 생겼소. 무게도 적당하게 사용하기에 편하오. 아마 호미도 용도에 따라서 여러 종류가 있을 거요. 내가 사용하는 것은 저것이오. 잡초를 왼손으로 잡고 뽑는 방향으로 약간 힘을 주면서 그 밑바닥을 호미의 날카로운 부분으로 몇 번 치면 잡초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끌려나오고 마오. 그때의 기분을 뭐라 말로 표현하기도 힘드오. 삼년 묵은 체증이 뚫리는 기분이오. 호미를 바쳐놓은 플라스틱 바구니는 잡초를 모아서 버리는 바구니요.

     호미질을 하면서 타제석기와 마제석기 시대를 거쳐 청동시대와 철기시대로 건너온 고대인들 생각이 났소. 호모 파베르(Homo Faber), 즉 도구를 만들 줄 아는 동물이 바로 인간 아니겠소. 저 호미까지 이르는 문명의 발전도 오랜 세월이 걸렸소. 인류 발전의 산 증인이 바로 호미라는 말이오. 그뿐이겠소? 저기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한이 서렸을지 생각해보시오. 가난한 집으로 시집간 여자들은 한평생 호미를 손에 떼어놓지 못했소. 10대 후반쯤의 나이게 살림하고 밭일하고, 아기 낳고 사느라 허리가 필 날이 없었을 거요. 조금 거창하게 말해도 이해하시오. 저 호미는 바로 인류 역사의 산 증인이오. 나는 그것과 친구로 지내는 게 좋소. 다른 친구가 없어도 외롭지 않소.

     아래 사진은 잡초 뽑을 때 끼는 왼손 실장갑이오. 뒷면은 그대로 실이고, 앞면은 고무질이 되어 있소. 저렇게 왼쪽 장갑만 구멍이 날 정도로 닳았소. 장갑 주인이 얼마나 열심히 잡초를 뽑았는지 실감이 날 거요.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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