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이 몹시 놀라 떨며 나와 무덤에서 도망하고 무서워하여 아무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하더라.'(막16:8)
위 구절에서 의외의 일이 벌어집니다. 예수님이 살아나셨다는 말을 들은 여자들이 몹시 놀라고 떨었다고 합니다. 무덤에서 도망했습니다. 너무 무서워서 제자들과 베드로에게 이 사실을 전하라는 천사의 말을 무시하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예수님이 살아나셨다는 말을 천사에게서 들었다면 “할렐루야!”를 외치는 게 당연한 일이었을 텐데요. 그게 아니라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무덤을 구석구석 살펴보는 게 상식적으로 옳은 거겠지요. 그런데 이 여자들은 못 볼 걸 보았다는 듯이 무서워서 도망갔습니다. 쥐 죽은 듯이 아무 말도 못했습니다.
예수의 제자들과 초기 추종자들이 예수의 부활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여기서도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조금이라도 예상했으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었습니다. 예수님 자신도 그걸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걸 예상했다면 십자가의 죽음을 피할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며, 십자가에서 “하나님, 왜 나를 버리십니까?” 하고 절규하지 않았을 겁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하나님은 바로 그런 일을 행하신 분이십니다. 이사야도 하나님의 일은 “귀로 들은 자도 없고 눈으로 본 자도 없”다고 말했습니다.(사 64:4)
하나님의 행위는 늘 금시초문입니다. 이 사실을 볼 수 있는 눈이 영성입니다. 이런 눈이 있어야만 부활을 조금이라도 따라갈 수 있습니다. 이런 눈을 갖기가 어려운 이유는 사람이 자기의 경험만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길들여짐’입니다. 세상을 상투적인 눈으로만 보는 것입니다.
위 구절에 나오는 여성들의 반응이 사실은 가장 신앙적인 경험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행위를 경험한다면 너무 놀랍고 무서워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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