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소통의 장애 앞에서(막 8:13)

새벽지기1 2023. 9. 7. 05:41

'그들을 떠나 다시 배에 올라 건너편으로 가시니라.' (막 8:13)

예수님은 표적을 보이라는 바리새인들의 요구를 한 마디로 거절한 채 그들을 떠나서 배를 타고 건너편으로 가셨습니다. 이런 묘사만 본다면 예수님이 참으로 냉정한 분처럼 보입니다. 가능하면 바리새인들을 조금 더 설득해보는 게 좋았을 텐데, 그런 시늉도 보이지 않고 훌쩍 떠나셨으니 말입니다.


이 순간에 예수님의 마음이 어땠을는지는 불을 보듯 훤합니다. 바리새인들과는 아예 말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은 바리새인들 앞에서 절벽 같은 걸 느끼셨을 겁니다. 설득도 어느 정도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준비가 되었을 때나 시도해보는 거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런 사람들 앞에서는 예수님도 손발 다 들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도 세상을 살아가면서 소통의 장애를 자주 경험합니다. 우리가 바로 그런 대상이 될 때도 있겠지요. 소통의 장애는 두 가지 원인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세계관의 차이이고, 다른 하나는 삶의 태도입니다. 세계관의 차이는 최근에 민노당 안에서 대결하던 자주파와 평등파가 결국 헤어지고 말았듯이 이념적인 차원이기 때문에 극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삶의 태도는 한 사람의 인격에 속하는 문제입니다. 비록 세계관에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사람에 대한 예의를 갖춘 사람들 사이에서는 대화가 가능합니다. 바리새인들의 문제는 세계관에 속합니다. 결국 극복하기 어려운 것이었지요.


예수님은 바리새인들과의 대화를 포기하고 그 자리를 떠나셨습니다. 도저히 대화가 불가능할 때는 피하는 게 상책입니다. 교회 안에서 벌어지는 싸움의 해결도 이것이 최선입니다. 서로 피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피하지 않고 서로 교회당을 차지하겠다고 싸우는 일이 많더군요. 우리는 아주 작은 지혜지만 예수님에게서 “피함의 영성”을 배웠습니다. 싸우지 말고 자리를 뜹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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