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9월 25일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처녀 바람났네/ 물동이 호미자루 나도 몰래 내던지고/ 말만 들은 서울로 누굴 찾아서/ 이쁜이도 금순이도 단봇짐을 쌌다네’. 한국대중가요의 일반적 특징은 당대 대중들의 경험과 관심사, 인식과 정서, 욕망 등을 다양한 모습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노랫말처럼 6.26동란이후 한국근대화의 물결은 영자의 전성시대를 낳았고 새마을운동과 함께 돈벌이를 위해 너도나도 고향을 등지고 단봇짐을 싸도록 했습니다. 그 후 세월이 얼마나 흘렀습니까? 이제 국민소득 1만 불을 넘어선 우리나라는 20,30대는 물론 사오정이니 오륙도니 너도나도 밖으로 밖으로 나가고자 합니다. 홈쇼핑 사상 최고의 대박소식은 물론 이민계, 기러기 아빠, 원정출산, 위장입양 등 ‘엑소더스 코리아’의 기세는 정말 놀랍기도 하고 한편 부러움속의 우려이기도 합니다. 물론 자본에 국경이 없듯 삶에도 국경이 없습니다. 한국사람이라고 꼭 한국에서 살라는 법도 없습니다. 특히 교회는 민족주의를 넘어서 이웃사랑의 동심원을 마땅히 넓혀야 합니다.
이민은 도피가 아니라 새로운 삶의 개척이며 도전일 수 있습니다. 서울이 좋은지 시골이 좋은지 각자 사람 사는 방식일 뿐 가든지 머물든지 상관할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또한 이민을 가는데 그만한 이유도 있습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아파트값과 사교육비만 보더라도 환멸을 느낄 수밖에 없으며 도무지 희망이 보이지 않는 나라에서 불안에 떨고 있느니 꼭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이 자칫 알거지 신세가 되더라도 무작정 떠나보자는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민 희망자가운데 우리 국가사회의 주역이 돼야 할 20,30대 젊은이들이 많다는데 있습니다(60.4%). 경제활성화와 정치 및 교육개혁을 추진해야할 청년들이 나라를 떠난다는 것은 한국사회의 미래에 심각한 불안감을 증가시키는 것이며 따라서 이민은 개인이 아닌 공동체적인 책임을 회피하는 것입니다. 또 한가지 문제는 해외이민 급증 현상이 하나의 심리적 현상이라는데 있습니다. 정말 어려운 시절에는 만주, 북간도, 독일 등으로 생존의 문제를 가지고 떠났지만 지금은 생존이라기보다는 남부럽지 않게 살아보겠다는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떠난다는 것입니다. 배고픈 것은 참아도(흥부) 배아픈 것은 참지 못한다(놀부)는 비교의식 때문에 이쁜이도 가니 금순이도 간다는 것입니다. 남에게 뒤질 수 없다는 강박관념, 풍요속에서 빈곤을 경험케 하는 심리적 불안감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미래가 불안한 청년층의 좌절과 비교의식으로 인한 총체적 불안감을 보면서 그리스도인들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요? 성경을 보면 지금 상황과 비슷한 세대에게 주는 메시지가 있습니다(약4:13-17). 야고보 당시 성도들이 늘 듣는 말은 ‘누가 어디 가서 부자가 되었더라, 누가 성공했더라’는 풍문이었습니다. 물론 그런 이야기는 지금이나 그 때나 진실반 허풍반일 겁니다. 그러나 막상 현실에 불만족한 가난한 교인들에게는 그 말이 꿈과 희망이 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성도들 중에는 ‘우리가 아무 도시에 가서 거기서 일년을 유하며 장사하여 이를 보리라(약4;13)’며 탈출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생겨난 것입니다.
그런데 성경은 바로 그런 자들에게 허탄한 자랑을 하지 말라고 경고합니다(4:14-17). 계획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도리어 사업가는 미래를 내다볼 줄 알아야 합니다. 문제는 계획자의 정신과 자세입니다. 계획을 세울 때 하나님의 섭리나 뜻이나 인도를 전혀 고려치 않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일이 진행되리라는 자기확신이 문제의 초점인 것입니다(잠16:1). 국가든 개인이든 역사를 뒤돌아보면 인간의 계획들이 좌초되고 깨어진 파편들이 널려 있습니다.
그러므로 신자는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울 때 자신의 욕망이나 소원을 하나님의 뜻에 합리화시키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개인적인 일만 아니라 교회적으로도 교회개척이나, 교회당건축, 구제 및 선교 등의 제활동들이 목회자 개인적 야망이나 당회의 집념이나 혹은 교회간의 경쟁이데올로기에 빠진 것은 아닌지 또한 무분별한 열심인지 감상적인 도전인지 세심하게 하나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하나님의 완전하신 지혜와 뜻에 자신을 복종함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부터 벗어나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
다고 모든 일에 회의적인 자세로 모든 것에 확신을 갖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다만 하나님의 주권적이고 절대적인 통치와 신령한 계획들을 무시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세계로 나가보면 중국인들은 발로, 유대인들은 머리로, 인도인은 말로, 한국인은 온몸으로 산다고 합니다. 허탄한 꿈이 가져다 준 결과일지 모릅니다. 요즈음 시대 정말 무서운 것, 바람 조심합시다. 바람 난 가족, 바람 난 코리아, 바람 난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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